양의지(두산 베어스)는 후보에서 제외됐고, 이미 6개의 황금장갑을 보유한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는 후배에 수상을 양보했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노리는 박동원(LG 트윈스)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후보를 최종 확정했다.
포수 포지션의 경우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팀 경기 수 X 5이닝) 이상 수비로 나선 모든 선수가 후보 명단에 오르며, 그 결과 강민호, 박동원을 비롯해 장성우(KT 위즈), 이지영(SSG 랜더스), 최재훈(한화 이글스), 김형준(NC 다이노스), 김재현(키움 히어로즈) 등 총 7명이 후보로 선정됐다.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지난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양의지-강민호 ‘양강 체제’였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강민호가 3년 연속 수상하자 양의지가 등장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황금장갑을 독식했고, 2017년 강민호, 2018~2020년 양의지, 2021년 강민호, 2022~2023년 양의지가 차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3년 동안 수많은 포수들이 양강체제에 균열을 내고자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올해는 608⅓이닝 소화에 그친 양의지가 후보에서 제외되면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포수 후보 7명 중 타율(3할3리), 수비율(.997)이 가장 높은 강민호가 건재한 가운데 지난해 LG 통합우승을 이끌고, 올해 생애 첫 태극마크를 새긴 박동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 황금장갑이 없는 박동원은 7명 가운데 수비 최다 이닝(944⅔이닝), 최다 홈런(20개)을 기록했다.
최근 시상식에서 만난 박동원은 “(골든글러브를) 한 번 받아보고 싶은 꿈이 있다. 야구선수라면 한 번씩은 받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강)민호 형이 한 번만 양보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수상 의지를 드러냈다.
시즌 도중 강민호와 은밀하게(?) 나눈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박동원은 “한 번 경기 전에 (강)민호 형 만나서 한 번만 받게 해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며 “형도 내가 받고 싶어 하는 간절함을 느꼈던 거 같다. 형이 당시 한국시리즈를 너무 가보고 싶어 할 때였는데 나한테 ‘내가 한국시리즈에 갈 테니 넌 골든글러브를 받아라’라고 말했다. 형은 한국시리즈에 갔으니 황금장갑은 내가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밝혔다.
2년 동안 박동원과 배터리호흡을 이룬 임찬규(LG 트윈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임찬규는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박동원과 베스트 배터리상을 수상한 뒤 “(박)동원이 형한테 2년 동안 고마운 게 많았다. 리드의 80~90%가 동원이 형 사인이었다. 나머지 10%만 내가 바꿨다. 그만큼 결과가 좋았고 내가 바꿀 때 더 많이 맞았다. 형에게 공을 다 돌리고 싶다”라며 “난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다. 그래서 형이 블로킹을 하다가 별로 쓰지 않은 장비가 부러진 날도 있었다. 형한테 되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원이 형은 이미 충분히 능력은 검증된 포수다. 좋은 포수가 워낙 많아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이번에 국제대회 나가서 잘했고, 전체적인 기준에서 동원이 형이 충분히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싶다”라고 선배의 생애 첫 황금장갑을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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