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팀에서도 KBO리그를 폭격한 특급 좌완 외국인투수가 내년 우승 후보로 꼽히는 상위팀의 유니폼을 입는다. 헤이수스는 2025시즌 얼마나 더 강해질까.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1일 “새 외국인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와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 원)에 계약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KT에 따르면 계약 조건은 인센티브 없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노옵션 풀 개런티다.
올해 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으로 외인 농사를 지은 KT. 쿠에바스는 31경기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 무패 승률왕을 차지한 2023시즌에 미치지 못했지만, 퀄리티스타트 19회를 비롯해 선발진이 줄부상으로 신음한 가운데 173⅓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이닝 부문 공동 3위, 퀄리티스타트 단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든 기록을 종합했을 때 쿠에바스는 올해 승운이 없었다.
반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벤자민은 이닝이 지난해 160이닝에서 149⅔이닝으로 감소했고, 피홈런은 12개에서 28개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와 더불어 내구성에서도 약점을 보였는데 선발투수들이 연달아 부상 이탈한 전반기 이례적으로 감독에게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3주 휴식을 요청했다. 그리고 후반기 체력 저하와 함께 14경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5.22로 치열한 순위싸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이에 KT는 스토브리그 개장과 함께 쿠에바스만 재계약을 추진했고, “2025시즌은 쿠에바스보다 강력한 1선발을 영입한 뒤 쿠에바스가 2선발을 담당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라며 벤자민과 결별을 택했다. 그 결과 지난달 29일 쿠에바스를 총액 150만 달러(약 21억 원)에 붙잡은 뒤 키움 히어로즈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헤이수스를 전격 영입,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헤이수스는 2023시즌 총액 80만 달러(약 11억 원)에 키움 유니폼을 입고 30경기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68(171⅓이닝 70자책)로 KBO리그를 폭격했다. 데뷔 첫해임에도 빠르게 리그에 적응한 뒤 단숨에 효자 외국인투수 타이틀을 얻었다. 탈삼진 2위(178개),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7위를 차지하며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수상자 후보에도 오른 상태다.
헤이수스는 2024시즌 58승 86패(승률 .403) 꼴찌 수모를 겪은 키움에서 압도적 기록을 남겼다. 키움은 올해 팀 타율(2할6푼4리), 득점(672점), 홈런(104개), OPS(.717) 모두 꼴찌에 그쳤는데 그런 타선을 등에 업고 리그 정상급 외국인투수로 올라선 헤이수스다.
KT는 키움과 방향성 및 위상이 전혀 다른 팀이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5년 연속 가을 무대를 밟았고, 그 가운데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도 있었다.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의 견고한 마운드 운영을 바탕으로 한 ‘투수의 팀’으로 꼽힌다. 타격의 경우 중위권 정도의 화력이지만, 워낙 투수력이 강해 투수의 힘으로 투타 시너지 효과를 낸다. 헤이수스의 성적 업그레이드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와 더불어 헤이수스는 올해 KT 상대로 3경기 3패 평균자책점 5.28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제 KT의 일원이 됐으니 KT 타자들을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는 것도 호재다.
KT 나도현 단장은 “헤이수스는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여준 검증된 투수다. 좌완 투수로 좋은 구위와 제구를 갖추고 있으며, 내년 시즌 선발진에서 원투 펀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새로운 1선발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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