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혹사 논란에 이어 프로 데뷔 시즌 또한 ‘애니콜’로 뛴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 다행히 2년차 시즌을 앞두고 실시한 메디컬테스트 결과 ‘이상 없음’ 소견을 받았다.
프로야구 두산 신인 마무리투수 김택연은 MVP 김도영(KIA 타이거즈) 못지않게 바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KBO 시상식 신인상 수상을 시작으로 12월 1일 선수협회 리얼글러브 어워드 구원투수상, 은퇴선수협회 올해의 신인상, 3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신인상 등 각종 시상식의 신인상을 싹쓸이 중이다.
지난 1일 리얼글러브 어워드의 경우 신인상이 아닌 구원투수상을 받아 의미를 더했다. 김택연은 김민(KT 위즈), 김상수(롯데 자이언츠), 노경은(SSG 랜더스), 박영현(KT 위즈), 주현상(한화 이글스) 등 쟁쟁한 필승조 선배들을 제치고 프로야구 선수들이 직접 뽑은 올해 최고의 구원투수로 우뚝 섰다.
김택연은 “시즌 끝나고 이렇게 상을 받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다”라며 “결코 나 혼자만의 힘으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배님들, 형들,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라고 시상식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리얼글러브 어워드 구원투수상은 함께 그라운드에서 야구한 선배님들이 뽑아주신 상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한 번 이렇게 받아보니 내년에 더 좋은 플레이를 펼쳐서 또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구원투수상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김택연은 인천고를 나와 202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 지명된 우완 특급 유망주다. 입단과 함께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며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화려한 데뷔 시즌의 서막을 열었다.
김택연은 2024시즌 개막에 앞서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149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호평할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이었다.
김택연은 빠른 1군 적응을 거쳐 전반기 도중 베어스 마무리를 맡았다.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올스타전에 초대됐고, 후반기 기세를 이어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홀로 65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의 정규시즌 4위에 큰 힘을 보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가을야구에 데뷔해 2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빅게임피처의 면모까지 뽐냈다.
단순히 기록만 좋은 게 아니었다. 7월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KBO리그 신인 최초로 무결점 이닝(한 이닝 최소 투구 3탈삼진)을 해냈고,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연소 10세이브(19세 1개월 20일)의 주인공이 됐다.
김택연은 어린 나이임에도 성인 마무리 못지않은 돌직구를 과시, 고교 시절부터 혹사 논란이 일었다. 인천고 3학년 시절이었던 지난해 9월 대만 U-18 야구월드컵에 참가해 8일 동안 5연투 247구 투혼을 펼쳤고, 프로 지명 이후 두산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 데뷔 시즌을 준비했으나 첫해부터 마무리를 맡으면서 홀로 65이닝을 책임졌다. 전체 15위이자, 고졸 루키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여기에 쉴 시간도 없이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프리미어12에서 1⅓이닝을 소화했다.
이에 김택연의 2년차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검진 결과 다행히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김택연은 “메디컬테스트 검사 결과 다 멀쩡하게 나와서 계획한대로 내년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 사실 메디컬테스트를 걱정했는데 멀쩡하게 나와 마음의 짐을 많이 덜었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트레이닝코치님과 대화를 통해 내년 방향성을 정하고 있다. 일단 작년에는 아파서 쉬느라 훈련을 거의 못했는데 이번 오프시즌에는 훈련 비중을 높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신인상의 꿈을 이룬 김택연의 내년 목표는 2년차 징크스 없이 올해의 기세를 그대로 잇는 것이다. 그는 “2년차 징크스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안 좋은 날이 지속되지 않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한 번 안 됐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한 경기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고 다음 경기 준비 잘해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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