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우규민은 실패, 삼성 FA 선발투수 잔혹사…최원태, 70억 가치 증명하고 성공할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12.07 18: 40

투수 보강에 혈안이었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결국 마지막 A등급 FA 투수인 최원태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최원태는 선발 FA로서 몸값을 해낼 수 있을까.
삼성은 6일, 선발 보강을 위해 FA 최원태와 4년 총액 7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34억원, 인센티브 12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한 아리엘 후라도와 함께 삼성 선발진을 이끌어 갈 중책을 맡게 됐다.
삼성은 이로써 데니 레예스-후라도 외인 원투펀치에 원태인-최원태의 토종 원투펀치까지. 강력한 4선발 체제를 구축하면서 투수진 강화에 성공했다. 삼성은 당초 올해 FA 시장에서 불펜 보강을 위해 김원중(롯데), 장현식(LG) 등에 접근했다. 하지만 영입 경쟁에서 패했다. 대신 원 소속구단 LG와 사실상 결별을 한 최원태와 계약 합의를 이끌어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다음 시즌 팀순위 상승을 위해선 안정적인 선발투수 영입이 필수 조건이기에 최원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 2017년 이후 8년 동안 선발 투수로서 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1073⅓이닝을 책임지며 꾸준함을 증명했다. 포심, 투심,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6개의 구종을 다양하게 섞어 던질 수 있는 안정된 제구력을 갖췄다”라며 “최근 8년 연속으로 20경기 이상 선발 등판 및 100이닝 이상을 던진 바 있다.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땅볼 유도 능력도 보유했다”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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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넥센(현 키움)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최원태는 통산 217경기 78승 58패 평균자책점 4.36의 성적을 기록했다. 선발 등판만 207경기에 달할 정도로 현재 리그에서 이 정도의 검증된 선발 자원은 손에 꼽는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를 반대급부로 보내야 하는 A등급 FA였다. 출혈을 각오할만큼 아울러 최근 성적도 썩 좋지 못했다. 
지난해 26경기 146⅔이닝 9승7패 평균자책점 4.30의 성적을 남겼다. 2023년 7월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 될 때는 우승청부사로 각광 받았지만 LG 이적 이후 성적은 9경기 44⅓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6.70에 달했다. 
올 시즌에는 24경기(23선발) 126⅔이닝 9승 7패 평균자책점 4.26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진 한 축을 차지해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특출난 실적도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이어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나쁜 인상만 남겼다. 아울러 크고 작은 부상이 매년 있어왔던 것도 걸리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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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삼성은 불펜진 만큼이나 선발진에서도 애를 먹었다. 1경기 이상 선발을 나선 선수가 12명이나 됐다. 코너, 원태인(이상 28경기), 레예스(26경기)는 부상이 있었지만 시즌을 책임진 선발 투수였지만 이승현 백정현 이호성 이승민 황동재 등은 부상과 부진 혹은 경험 부족으로 선발진에 자리잡지 못했다. 이승현 황동재의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였다. 최원태라는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한 선발진이 필요했다. 우려스러운 점도 있지만 기존 전력에서 플러스가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삼성이 외부 FA 시장에서 투수를 영입한 것은 5번째다. 이 중 선발 투수 자원 영입은 3번째다. 1999년까지 통산 331경기(252선발) 132승 96패 19세이브 3.1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이강철과 2000년 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8억원에 영입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선발로서 4년 연속 132이닝 이상 던지고 38승을 챙긴 우규민과 2017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65억원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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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강철과 우규민 모두 기대를 받은 것에 비해 선발 투수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강철은 2000년 14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7.30의 기록에 그친 뒤 이듬해 KIA로 다시 트레이드 됐다. 
우규민은 계약 첫 해 27경기(25선발) 7승 10패 평균자책점 5.21의 기록을 남겼지만 이듬해부터는 불펜 투수 커리어를 이어갔다. 2020년 1+1년 삼성과 최대 10억원에 계약하는 등 삼성에서 6년을 뛰었다. 첫 해 25경기 선발 등판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펜 등판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2차 드래프트로 KT로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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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선발 투수 영입의 역사는 모두 잔혹사였다. 이제 최원태가 잔혹사를 끊어야 한다. 최원태로서는 일단 투수 친화적인 구장인 고척스카이돔, 잠실구장을 쓰다가 이제 타자 친화적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라팍)에서 던져야 한다. 라팍에서는 통산 10경기 54⅔이닝 6승3패 평균자책점 5.60의 성적에 그쳤다. 피홈런도 9개나 허용했다. 
최원태도 어렵사리 FA 계약을 맺은 만큼 삼성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관건은 일단 주무기 투심의 위력을 되찾는 것. 키움 시절 최원태는 땅볼 유도형 투수였다. 키움 소속으로 땅볼/뜬공 비율 1.12로 땅볼이 더 많았다. 그러나 LG에서는 땅볼/뜬공 비율이 0.93이었다. 뜬공이 더 많았다. 투심보다 포심을 더 많이 구사하게 되면서 땅볼이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데이터다. 드넓은 외야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활용하면서 피치디자인의 수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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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타자 친화에 홈런 친화적인 라팍에서 살아남고 70억원의 몸값을 오롯이 해내기 위해서는 다시 투심 비중을 높이면서 땅볼 유도형 투수로 거듭나야 한다. 기반 여건은 갖춰져 있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지만 삼성 수비진은 철옹성이었다. 내야진은 더더욱 탄탄하다. 올해 81개의 실책만 범하면서 최소실책 팀이었다.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 처리한 비율인 수비 효율(DER) 지표에서도 .683으로 리그 1위였다. 
피치디자인을 수정하고 투심 위력을 되찾을 경우, FA 시장에서 오리알이 될 뻔한 최원태의 삼성행은 대박 계약이자 찰떡궁합이 될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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