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2013년 1군 진입 이후 남다른 외국인 선수 안목으로 외인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과거 커리어가 별볼일 없었던, 기대감이 적었던 선수들이라도 NC의 선택을 받고 교정을 거치며 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탈바꿈 하고는 했다.
2013년 창단 첫 해 영입된 찰리 쉬렉은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지만 한국무대 첫 해 29경기 189이닝 11승7패 평균자책점 2.48로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듬해 방출됐지만 찰리는 팀의 첫 타이틀홀더가 됐다.
찰리와 함께 영입된 에릭 해커도 빅리그 경력은 9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활약하며 팀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남아있다. 2018년 넥센(현 키움)에서 한국 생활을 이어갔지만 해커의 전성기는 NC에서 보낸 5년이었다. NC에서 137경기(135선발) 856이닝 56승 34패 평균자책점 3.52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2019년부터 2022시즌까지 4년 동안 활약한 드류 루친스키도 빼놓을 수 없는 선수. 빅리그 41경기 경력이 있지만 선발 투수로는 5경기 밖에 없었다. 그러나 4년 간 121경기 732⅔이닝 53승36패 평균자책점 3.06의 성적으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2020년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외국인 에이스였다.
이호준 신임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발을 담당하는 해외업무 파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그만큼 좋은 선수를 뽑아왔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NC는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안목을 믿어보려고 한다.
NC는 지난 1일 우완 파이어볼러 라일리 톰슨과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13만 달러, 연봉 52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등록명은 라일리.
193cm에 95kg의 거구에 최고 159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유형이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11라운드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됐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경력은 없다. 마이너리그 성적도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최근 2시즌 모두 트리플A에서 뛰었다. 2023년 25경기(19선발) 81⅓이닝 3승 8패 평균자책점 5.64, 78탈삼진, 54볼넷, WHIP 1.61의 성적을 기록했다. 2024년에도 34경기(15선발) 107⅓이닝 6승 4패 1세이브, 99탈삼진, 48볼넷, WHIP 1.60을 기록했다. 최근 2시즌 9이닝 당 볼넷이 각각 5.98개, 4.02개로 안 좋았다. 공은 빠르지만 제구에 문제가 있었다.하지만 데이터팀에서는 톰슨의 구위와 함께 또 다른 면을 봤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것은 찰리와 같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은 에이스 역할을 했던 루친스키와 유사했다는 것.
임선남 NC 단장은 “구위나 데이터적으로 괜찮았고 우리 해외 스카우트 파트가 여러번 관찰을 해서 상당히 괜찮은 의견을 냈다”라며 “우리가 볼 때 볼넷이 많다고 하는데 라일리가 던지는 공의 궤적이나 탄착군을 봤을 때 미국 공인구에서 KBO 공인구로 바뀌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 점을 봤다”라고 설명했다.
공인구가 바뀌면서 대반전을 이룬 선수가 바로 루친스키였다고. 임선남 단장은 “과거에 루친스키가 그랬다. 루친스키도 한국에 오기 전에 제구가 높았고 불안해 보였는데, 한국에 와서는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런데 미국에 다시 돌아가서는 똑같은 모습이었다”라며 “사실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라일리 역시도 루친스키처럼 공인구의 변화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KBO 공인구의 경우 메이저리그의 공인구보다 실밥의 솔기가 더 도드라지고 더 점성이 좋다. 손에 더 잘 달라붙는다는 평가가 많다. 강속구를 더 극대화 하고 흔들리는 탄착군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다는 NC의 판단이다.
하이패스트볼 자체를 잘 구사하는 선수이기에 ABS존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가올 시즌에는 상단과 하단 모두 0.6% 가량 하향 조정됐다고 하더라도 하이패스트볼 투수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임선남 단장은 “하이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기에 ABS가 좋으면 좋았지 불리해질 것 같지 않다”라며 “제구적인 부분을 루친스키와 비슷한 과정으로 잡는다면 위력적인 투수가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NC는 올해 홈런왕 맷 데이비슨과 1+1년 계약을 체결했고 라일리와 계약하며 외국인 선수 3명 중 2명을 채웠다. 남은 건 올해 4관왕에 도전했던 에이스 카일 하트와의 재계약. 협상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만약 하트와 재계약을 맺거나, 혹은 하트급 선수를 찾고 라일리가 루친스키처럼 한국에서 발전할 수 있다면 최강의 원투펀치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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