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를 영입하며 선발진 강화를 꾀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이제는 출혈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와 맞닥뜨린다. 삼성은 지난 6일 최원태와 4년간 최대 총액 70억 원(계약금 24억 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 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측은 “다음 시즌을 대비해 외부 투수 FA 자원을 면밀히 관찰했다. 다음 시즌 팀순위 상승을 위해선 안정적인 선발 투수 영입이 필수 조건이기에 최원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최원태는 2017년 이후 8년 동안 선발 전문 투수로서 KBO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1073⅓이닝을 책임지며 꾸준함을 증명했다. 포심 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6개의 구종을 던진다. 통산 217경기에서 78승 5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 중이다. 최근 8년 연속으로 20경기 이상 선발 등판 및 100이닝 이상을 던진 바 있다. 구단 측은 “내년에 만 28세가 되는 최원태가 선발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태는 “명문 팀에 입단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 무엇보다 이종열 단장님께서 열정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드리고 싶다”고 이적 소감을 전했다.또 “올해 깜짝 놀랐다. 삼성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위를 했는데, 덕아웃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들었다. 나도 그런 분위기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내 구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잠실구장을 떠나 타자 친화형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안방으로 사용하게 된 최원태는 “야구장이 작긴 한데,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구장 특성에 맞게 구종 선택도 다양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싶다. 매 시즌 최소 150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고 목표를 공개했다. 삼성 팬들을 향한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최원태는 “입단하게 돼 기쁘다. 올해 야구장에서 삼성 팬들의 열정적 응원에 놀랐다. 삼성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얻은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 삼성은 FA A등급이었던 최원태를 영입하면서 최원태의 전 소속 구단인 LG 트윈스에 올 시즌 연봉(4억 원)의 200%와 보호 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올 시즌 연봉의 300%를 줘야 한다.
LG가 보상금만 선택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차명석 단장은 “삼성에서 보호선수 명단이 오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고민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불펜 보강이 필요하다고 반드시 투수를 우선 순위로 두는 건 아니다”고 했다.
보호 선수 명단 구성은 상대 팀의 전력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외려 뺏기고 싶지 않았던 카드를 내줘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삼성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출혈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 수밖에 없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최원태의 FA 보상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0%에 가깝다. 구단이 20인 보호 선수 명단을 구성하면서 전략상 오승환을 제외할 수 있긴 하다. 오승환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기존 자원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전에도 몇몇 구단들이 FA 보호 선수 명단을 짤 때 일부 베테랑 선수를 제외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상대 구단을 상징하는 베테랑 선수를 지명하지 않는 게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다. 은퇴 시기가 머지 않은 오승환은 향후 삼성의 4번째 영구결번 주인공이 유력하다. LG 입장에서도 오승환을 지명하는 것보다 젊은 유망주를 데려오는 게 이득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