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건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지난달 30일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2024시즌 통합우승 및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광주 팬들과 함께 나누고자 1989년 이후 무려 35년 만에 광주 시가에서 축제를 개최했다. KIA는 해태 시절이었던 1989년 통산 5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KIA 선수단은 ‘우승 사령탑’ 이범호 감독을 필두로 버스를 나눠 탑승한 뒤 금남로5가역부터 5·18 민주광장까지 약 1.2km 구간에서 우승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버스 주위로 KIA 응원가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우승 주역들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선수단이 한데 모여 셀카를 찍으면서 평생 못 잊을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광주광역시는 우승 카퍼레이드에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했다.
KIA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에이스 양현종(36) 또한 카퍼레이드는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7년 통합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카퍼레이드는 없었다.
최근 시상식장에서 만난 양현종은 “솔직히 카퍼레이드를 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우리가 놀랄 정도로 팬들이 너무 많은 환영과 축하를 해주셨다. 선수들 모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랐다”라고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면서 “당연히 축하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우스갯소리로 카퍼레이드를 또 하고 싶어서 우승을 또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라며 “너무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런 축하와 환영은 처음이었다. 정말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고 광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1988년생인 양현종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된 프로 18년차 리빙 레전드다. 타이거즈 원클럽맨의 1군 통산 성적은 513경기(2503⅔이닝) 179승 118패 평균자책점 3.83이며, 올해 KBO리그 최초 10시즌 연속 170이닝, 역대 2호 2500이닝 돌파, KBO리그 최초 400경기 선발 등판 등 금자탑을 쌓으며 KIA를 12번째 우승으로 이끌었다.
양현종은 이 자리를 통해 올 시즌 최연소 30(홈런)-30(도루) 등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쥔 김도영을 향해 축하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양현종은 “(김)도영이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라며 “충분히 MVP를 받을만한 선수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시즌을 보냈고,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고. 수상 자격이 있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현종은 내년 시즌 KIA 에이스와 함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이라는 또 하나의 중책을 맡았다. 12월의 첫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4 선수협 정기총회에서 선수협을 이끌 제13대 회장으로 선출됐기 때문.
회장 후보는 최근 5년 간 연봉 순위 상위 20명이었다. 그 가운데 11대 회장 양의지(두산 베어스), 12대 회장 김현수(LG 트윈스)가 제외됐고, 양현종이 득표율 36%(투표율 52%)를 얻으며 신임 수장이 됐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양현종 회장은 당선과 함께 선수협 13대 부회장단으로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손아섭(NC 다이노스), 김광현(SSG 랜더스), 오지환(LG 트윈스)을 선임, 수뇌부 구성도 완료했다.
양현종은 “부담이 가장 크다.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과거 선수협을 만들어주신 선배님들이 최대한 좋은 선수협을 만들려고 노력하셨다. 또 최근 양의지 형, 김현수 형도 최선을 다하는 걸 느꼈다. 그 바통을 내가 이어받아서 부담이 있다. 예전 선배님들, 형들이 맡아온 이 자리에 절대 흠집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가 회장이 됐다고 갑자기 무언가를 개선하고 바꾸진 않을 거다. 다만 올해 천만이 넘는 팬들이 야구장에 와주셨고, 우리가 거기에 대한 감사함을 크게 갖고 있다. 내년 시즌은 시작에 앞서 특히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할 거 같다. 겨울 내내 천만 관중에 어떻게 보답할지 사무총장님, 부회장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당연히 팬들 사랑에 보답을 해야 한다. 팬들을 향한 감사함, 고마움에 더 신경 쓸 것이다”라고 팬퍼스트 정신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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