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토브리그 유일한 A등급 FA의 이적이 단행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FA 이적 ‘사가’의 2막이 올랐다. 보상선수 눈치싸움이 개시됐다.
KBO는 8일 최원태의 FA 계약을 공시했다. 삼성은 지난 6일 최원태와 4년 최대 7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총액 34억원, 인센티브 12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김원중(롯데), 장현식(LG) 등 올해 시장에 나온 불펜투수들에 눈독을 들였다. 김원중과 장현식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금액의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김원중은 원 소속팀 롯데와의 협상을 우선시했고 장현식은 LG의 파격적인 전액 보장(52억원)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떻게든 투수진 보강을 원했던 삼성은 최원태로 타깃을 변경했다. 원 소속구단 LG는 최원태와 협상 테이블을 차리지 않으면서 결별의 뜻을 일찌감치 내비쳤다. 다른 구단들이 주저하던 사이 삼성이 단독 입찰에 돌입했고 계약을 맺었다.
삼성은 최원태 영입으로 선발진 뎁스를 강화했다. 같은날 영입한 아리엘 후라도에 기존 데니 레예스, 원태인과 함께 리그 최정상급 4선발 라인업을 구축했다. 올해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둔 삼성은 대권의 의지를 다시 다졌다.
이제 최원태 FA 이적의 최종 단계가 남았다. 보상선수 선택이다. 올해 A등급 FA는 총 3명이었다. 최원태, 김원중, 구승민이었다. 김원중과 구승민은 롯데 잔류를 택하면서 보상선수 관련 이슈가 아예 없었다. 최원태가 이적을 하면서 보상선수 선정이 필요해졌다.
A등급 FA 선수를 영입하면 1군에서 활약하는 준주전급 선수의 이탈을 각오해야 한다. A등급 FA의 보상방법은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직전연도 연봉의 200%, 혹은 직전연도 연봉의 300% 보상금을 원 소속구단에 보상해야 한다.
보호선수와 보상선수 선정 기간은 KBO의 FA 계약 공시일을 기준으로 한다. 공시 이후 3일 이내에 보호선수 명단을 원 소속구단에 넘겨야 하고, 다시 3일 이내에 보상선수를 선택애햐 한다. 최원태의 경우 8일 계약이 공시됐다. 삼성은 11일까지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LG에 보내야 하고, LG는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검토한 뒤 14일에 보상 방법을 선택했다. 보상선수 지명이 확실시된다.
대체적으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는 당장 주전급 선수에 미래 유망주들을 포함시키곤 한다. 이 과정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제외되곤 한다. 보호선수 관련해서 삼성의 이슈가 된 선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끝판대장’ 오승환(42)이었다.
오승환이 누구인가. 삼성 왕조를 책임졌고 KBO리그 대표 마무리 투수다. 한국은 물론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돌직구의 위력을 널리 떨쳤다. KBO리그 최다인 427세이브를 기록했고 일본프로야구 80세이브, 메이저리그에서 42세이브를 따냈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기록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오승환은 정규시즌 58경기 3승 9패 27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91의 성적에 그쳤다. 정규시즌 막판 부진으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모두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엔딩을 여러차례 책임진 마무리가 포스트시즌에서 전력 외 췩급을 받았다. 유망주들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승환이 제외될 수 있다는 루머가 나온 것.
지난해 열린 2차드래프트에서 SSG 랜더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을 명단에서 제외했고 한화가 선택을 하면서 파장이 크게 일었다. ‘제2의 김강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 했다.
그러나 삼성은 KBO가 최원태의 FA 계약을 공시한 8일, 이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 삼성 구단은 “레전드 오승환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라고 확실하게 못박았다. 여러 루머를 원천 차단했다.
LG로서는 만약 오승환을 영입할 수 있다면 함덕주, 유영찬 등 핵심 불펜진의 수술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보상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FA 보호선수 명단에는 FA 선수, 군보류 선수, 신인, 육성선수, 외국인 선수는 자동으로 보호된다. 지난 2일 상무에 입대했고 5일 군보류 선수로 공시된 외야수 김현준, 군 복무중인 양창섭, 그리고 FA 선수 김헌곤 등은 자동으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현재 삼성의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꾸려보면 오승환이 아니더라도 다른 베테랑 선수들이 풀릴 가능성이 높다. 내야수 박병호, 투수 백정현 등이 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면 LG가 눈여겨 본 20인 외의 보석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보상선수 눈치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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