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실수를 자기 손으로 만회했다. 백승호(27, 버밍엄 시티)가 자책골을 넣었지만, 귀중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활짝 웃었다.
버밍엄은 8일(한국시간) 영국 반즐리 오크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풋볼리그(EFL) 리그1(3부 리그) 19라운드에서 반슬리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리그 3연승을 달린 버밍엄은 승점 39(12승 3무 2패)를 기록, 1경기 더 치른 선두 위컴 원더러스(승점 40)를 1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2위 렉섬(승점 40)이 버밍엄보다 두 경기 더 소화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2위에 가깝다.
백승호도 3-4-3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결정적 수비로 한 골을 막아내고, 자책골을 기록하고, 코너킥으로 결승골을 돕는 등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다.
백승호는 후반전 초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한 차례 팀을 구했다. 반즐리의 조너선 러셀이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돌려놨다. 골키퍼도 손 쓸 수 없는 공이었지만, 백승호가 빠르게 몸을 던지면서 실점 직전 머리로 걷어냈다.
하지만 머지 않아 불운이 닥쳤다. 후반 13분 스티븐 험프리스가 박스 우측에서 낮게 깔리는 크로스성 슈팅을 날렸다. 공은 골대 앞에 있던 백승호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이는 백승호의 자책골로 공식 기록됐다.
반즐리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버밍엄이 후반 15분 제이 스탠스필드의 중거리 슈팅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것. 실점 직후 나온 동점골이었다.
여기에 버밍엄은 후반 25분 애덤 필립스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반즐리는 필립스가 경고 누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남은 시간을 10명으로 싸워야 했다.
결국 버밍엄이 경기를 뒤집었다. 결승골은 백승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34분 백승호가 왼쪽에서 날카로운 코너킥을 올렸다. 이를 반대편에서 뛰어들던 스탠스필드가 헤더로 마무리하며 역전을 일궈냈다. 백승호의 리그 2호 도움이었다.
버밍엄은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며 경기를 승리로 매조지었다. 자책골을 만회한 백승호에게도 연승을 이어간 버밍엄에도 해피엔딩이었다.
버밍엄 지역지 '버밍엄 라이브'는 백승호에게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을 줬다. 매체는 "백승호는 불행하게도 반슬리의 골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버밍엄의 승리에 두 가지 중요한 공헌을 했다. 골라인 바로 앞에서 공을 걷어냈고, 스탠스필드의 역전골을 도우며 어시스트를 올렸다. 백승호는 훌륭한 하루를 보내며 즐겼다"라고 칭찬했다.
백승호는 올해 초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이던 버밍엄 유니폼을 입은 뒤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다. 팀은 3부로 강등됐지만, 많은 팀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버밍엄은 2부 승격을 위해선 백승호를 내줄 수 없다고 판단,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백승호도 지난 10월 버밍엄과 4년 재계약을 맺으며 팀에 미래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는 "새 시즌이 시작되고 나니 정말 정말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훈련과 모든 경기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우리가 좋은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머무는 게 커리어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깜짝 재계약 이유를 밝혔다.
이제 남은 건 승격뿐이다. 버밍엄은 백승호를 지켰을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리그1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금은 3위를 기록 중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두를 질주했다. EFL 리그1은 1, 2위 팀이 자동 승격하고, 3~6위 팀은 승격 플레이오프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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