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를 떠나 KT 위즈에서 새 출발하게 된 베테랑 투수 최동환(35). 그러나 LG 시절 달았던 등번호 ‘13’은 함께 가져오지 못했다. 또 다른 ‘13번 선수’ 허경민에게 이를 양보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2일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최동환 영입을 발표했다. KT는 구단 유니폼, 모자를 착용한 최동환 사진을 게재하며 “불펜 보강을 위해 우완투수 최동환 선수를 영입했다. KT 위즈의 새로운 식구가 된 최동환 선수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소식을 알렸다.
최동환은 지난 10월 7일 LG 선수단 정리 작업 과정에서 방출선수로 분류됐다. 선수 본인이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자 구단에 직접 방출을 요청했고, 두 달 만에 KT라는 새 둥지를 찾았다. KT는 그 동안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의 남다른 안목과 지도력 아래 방출 아픔을 겪은 투수들의 재기를 종종 도왔다.
KT 구단 공식 채널 ‘위즈TV’에 따르면 최동환은 “KT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강팀이다. 좋은 감독님께서 지휘하는 좋은 팀이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 감독님은 누구보다 투수파트를 잘 알고 계신다”라며 “이렇게 좋은 팀에 입단하게 돼 영광이다. 한 팀에 오래 있었는데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싶다. 좋은 선수들, 코치님, 감독님과 다 같이 재미있게 많은 걸 배우고 싶다. 기대되고 설렌다”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방출 이후 KT가 내민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KT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신 덕분에 내 선택이 수월했다. 또 이강철 감독님이 계신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LG 시절 오가면서 봤던 선수들이 많아 크게 이질감도 없다”라고 답했다.
KT에서는 베테랑으로서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 최동환은 “내가 와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필승조 선수들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그들이 조금은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역할을 잘 해내면 팀 성적이 당연히 좋아질 거고, 그런 마법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최동환의 KT 이적을 가장 반긴 사람은 LG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우규민이었다. 우규민 또한 지난달 6일 원소속팀 KT와 2년 총액 7억 원에 FA 계약하며 최동환과 다시 한솥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최동환은 “(우)규민이 형이 전화를 안 끊더라. 40분 정도 통화했는데 이적을 되게 좋아했다. 그 때는 사실 형도 거취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좋게 FA 계약을 마쳐서 다행이다”라며 “KT에는 중학교 후배 송민섭이 있고, 배정대, 오윤석도 잘 안다. 선수들과의 관계는 크게 걱정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최동환은 LG 시절 KT 3루수 황재균 상대로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다. 황재균의 최동환 상대 통산 기록은 타율 5할(12타수 6안타) 3홈런 9타점 2볼넷 장타율 1.333에 달한다. 그런데 최동환이 KT 유니폼을 입으면서 황재균을 더 이상 적으로 만날 일이 없게 됐다.
최동환은 “(황)재균이 형과 같은 팀이 돼서 다행이다. 아마 재균이 형이 나한테 통산 타율이 7할 정도는 되는 거 같다. KT에 좋은 타자, 투수가 많아서 다행이지 않나 싶다”라고 웃으며 “그러나 반대로 LG전이 힘들 수도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잘 친다고 생각한 타자가 너무 많다. 투수들도 LG 타선을 상대하는 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래도 내년에 한 번 해보겠다”라고 밝혔다.
KT 최동환의 새로운 등번호는 ‘16’으로 결정됐다. LG 시절 2022년부터 3년 연속 13번을 등에 새겼지만, 두산 베어스에서 줄곧 13번을 달고 활약한 뒤 지난달 8일 KT와 4년 40억 원에 FA 계약한 허경민에게 이를 양보하기로 했다.
최동환은 “원래는 13번을 그대로 새기려고 했는데 (허)경민이도 13번을 달고 했다. FA로 들어온 선수라 그 친구에게 선택권을 먼저 주는 게 맞다”라며 “나는 16번을 선택했다. 원래 (장)준원이가 16번이었는데 내가 양해를 구했다. 나는 앞자리에 '1'이 들어가는 번호를 좋아한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최동환은 이 자리를 통해 지난 16년 동안 응원을 보내준 LG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16년 동안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하고 팀을 옮겨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내년부터 KT 유니폼을 입고 야구하게 됐지만, 그래도 늘 LG를 응원할 것이고, 항상 두 팀이 모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야구를 할 것이다. 두 팀 다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16년 동안 정말 감사했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올해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보면서 KT 팬들도 LG 팬들 못지않게 야구에 열정적인 마음이 크다는 걸 느꼈다”라며 “내가 팀에 엄청난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KT 팬들을 향한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최동환은 경동고를 나와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2라운드 13순위로 입단했다. 1군 통산 성적은 344경기(선발 0) 10승 6패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5.11(368⅓이닝 209자책)이며, 올 시즌 26경기 승리 없이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6.95를 남기고 방출됐다. KT의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에서는 25경기 1승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30(23이닝 11자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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