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살라는 ‘원 맨 클럽’ 리버풀에 성배일까, 독배일까?[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12.09 09: 0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4-2025시즌 판도의 최대 화두는 ‘슬로트 강풍’이다. EPL과 첫 연(緣)을 맺은, 유럽 5대 리그 ‘무경험’의 초보 사령탑인 아르너 슬로트 감독(46)이 휘몰아 온 센바람은 EPL을 거세게 휩쓸고 있다. 일과성 돌개바람이지 않을까 싶었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게 한 회오리바람이다.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리는 팀은 ‘The Reds(리버풀 별칭)’다. 시즌의 ⅓을 넘어선 8일(이하 현지 일자) 현재, 선두를 내달리는 슬로트 감독 휘하의 리버풀이다. 승점 35(11승 2무 1패)로, 독주의 형세를 빚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53) 체제에서, 전성시대를 꽃피운 맨체스터 시티가 부풀린 5연패 야망을 무너뜨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야말로 대를 쪼개고 순풍에 돛을 올린 기세를 내뿜고 있다고 할 만하다.
괄목상대의 일신한 모습을 뽐내는 ‘슬로트호’의 중핵은 모하메드 살라(32·리버풀)다. EPL 골든 부트를 3회씩(2017-2018, 2018-2019, 2021-2022)이나 거머쥔 빼어난 골잡이답게 활화산을 연상케 하는 폭발력을 한껏 분출하고 있다. 득점 선두(13골)를 바탕으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21점)를 수확한 데에서도 엿볼 수 있을 만큼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는 살라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시즌, 리버풀은 14경기에서 29골을 뽑아냈다. 그중 13골은 살라의 몫이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44.8%) 비중이다. 어시스트 비중도 못지않다. 2021-2022시즌 도움 1위(13개)에 올랐을 만치 빼어난 어시스트 솜씨를 다시 한번 펼쳐 보인다. 이번 시즌 도움 순위에서, 2위(8개)에 자리하고 있다. 팀 전체 어시스트(22개)의 36.4%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이다.
이번 시즌에, 살라는 이처럼 리버풀 전력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살라의 능력치에 성적이 좌우되는 팀이라 할 수 있는 리버풀이다. 한마디로, ‘리버풀 = 살라’ 등식이 성립하는 ‘원 맨 팀(One-man Tea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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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설적으로, 살라는 리버풀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존재다. 팀이 살라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서 자칫 모래성이 될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살라가 그날그날 어떤 몸놀림을 펼치느냐에 따라, 팀이 가파른 기울기로 널뛸 가능성이 큰 점은 잠재된 아킬레스건이다.
살라, 단연 으뜸의 공격 공헌도 뽐내… 초반 폭발이 후반까지 이어질지가 리버풀 우승 관건
살라가 리버풀에서 얼마나 핵심적 존재인가는 공격 포인트를 바탕으로 다른 원 맨 팀의 중핵과 대비했을 때 확연히 나타난다. EPL 2024-2025시즌, 원 맨 팀이라 할 수 있는 클럽은 여럿 있다. 크리스 우드(33)의 노팅엄 포리스트, 리암 델랍(21)의 입스위치 타운, 부카요 사카(23)의 아스널, 엘링 홀란(24)의 맨체스터 시티, 콜 파머(22)의 첼시가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개인 공격 포인트를 팀 전체 공격 포인트로 나누었을 때, 살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40%를 넘는 선수는 살라가 유일했다. 추격자들을 10% 포인트 안팎의 차로 따돌렸을 만큼, 살라는 절대적 비중을 보였다(표 참조).
이번 시즌에, 살라는 14경기에 출장해 1,230분을 소화하며 최다 공격 포인트(21점)를 결실했다.
13골 8어시스트를 엮은 수확량이다. 리버풀 전체 공격 포인트(51점=29골+22어시스트)의 41.2%를 혼자서 거둬들였다. 위 5명을 압도하는 비중이다. “살라를 중핵으로 하는 리버풀이야말로 진정한 원 맨 클럽이다”라는 평가가 내려질 수밖에 없는 절대치를 기록했다.
이 부문에서, 2위에 오른 우드(33.3%)에 대비하면 살라의 공격 공헌도가 쉽게 엿보인다. 7.9%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또한, 득점 기여도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리버풀 총득점(29골)의 72.4%에 관여했다. 단연 으뜸이다. 이 부문에서, 2위인 우드(56.3%)보다 무려 16.1%가 높다. 살라를 빼면 그 누구도 70%대는 고사하고 60%대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득점 비중은 우드(52.6%)→ 홀란(51.9%)→ 델랍(46.2%)에 이어 4위(44.8)였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겉으로 나타난 수치에 의한 순위일 뿐이다. 노팅엄 포리스트(19골)나 입스위치 타운(13골)의 팀 득점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 그만큼 우드와 델랍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점을 간과하기 힘들다. 팀 득점이 25골 이상을 대상으로 하면, 살라는 홀란에 이어 2위였다.
어시스트 비중도 2위였다. 36.4%로, 1위 사카(45.5%)에 9.1% 포인트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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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살라의 높은 공격 공헌도는 리버풀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살라가 부상으로 결장하거나 또는 상대의 집중 봉쇄에 맞닥뜨려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 팀 슬럼프에 빠질 위험성이 농후하다. 물론, 이번 시즌 리버풀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맞수들인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첼시 등도 원 맨 클럽이라 불릴 만한 핵심 골잡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리버풀만큼 의존도가 높지 않다. 사카(30%), 홀란(29.8), 파머(26.8%)의 공격 공헌도 비중은 살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팀 득점 기여도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사카(53.6%), 홀란(52.0%), 파머(48.4%)와 살라의 차는 20% 포인트 안팎에 이른다.
살라가 시즌 초반에 거둔 놀라운 성적이 마지막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 의문시되는 점도 ‘양날론’을 부추긴다. 살라는 리버풀에서 처음 맞이한 2017-2018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42점=32골+10어시스트)를 추수했다. 그리고 2021-2022시즌 그에 버금갈 만한 공격 포인트(36점=23골+13어시스트)를 결실했다. 하지만 30대에 들어선 2022-2023시즌 이후 수확량은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31점(19골+12어시스트)→ 28점(18골+10어시스트)으로 하강 곡선을 그려 왔다. ⅓가량밖에 치르지 않은 이번 시즌 수확량은 벌써 2023-2024시즌의 7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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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으로, 살라는 한 시즌당 31점의 공격 포인트를 산출했다. 우리 나이로 서른세 살의 살라가 지닌 재능이 갑자기 한 단계 더 올라서지는 않았을 성싶다. 그렇다면 시즌 중반부를 거쳐 후반부로 갈수록 살라의 공격 포인트 양산은 감소 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살라가 원 맨 클럽으로 굳게 위상을 굳힌 리버풀이 간판선수의 초반 폭발을 마냥 반갑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배경이다. 살라가 양날의 검이 될지 모를 형세를 조심스레 지켜봐야 할 리버풀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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