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안경 에이스' 아들서 남양주 수호신으로...'K4 영플레이어' 염경민, "원래 야구 하고 싶었지만..."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12.09 17: 38

안경 에이스의 아들이 이제 축구에서 남양주 수호신이 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소재 메이필드호텔에서 2024 K3, K4리그 어워즈를 개최했다. 이날 K4 영플레이어로는 남양주 FC의 염경민이 선정됐다. 2024년부터 K4에 참가하는 남양주 FC는 경기도민체전에서 화성 FC와 결승전서 1-0으로 승리하면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K4리그에서도 승점 34(9승 7무 8패)로 6위에 위치했다. 이번 시즌 처음 창단한 팀으로는 소기의 성과. 그 중심에는 영플레이어로 선정된 골키퍼 염경민이 있다. 시즌 초반은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으나 후반부 들어와 주전 골키퍼로 기용되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남양주 FC는 시즌 후반기에 17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다. 그중에서 염경민은 13경기(8승 5무)에 나서 든든하게 지키면서 팀을 지탱했다. 여기에 경기도민체전도 우승하면서 K4에서 남양주 돌풍을 선보이면서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OSEN과 전화 통화에서 염경민은 "원래 팀에 상대적으로 늦게 합류해서 시즌 초반은 잠시 힘들었다. 도민대전 4강서 강팀 시흥을 만나 고전했지만 올라가고 결승서도 잘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라면서 "도민 체전 덕에 코칭 스태프에 신임을 얻어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시즌 초반을 회상했다.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염경민은 "팀 성적이 좋다 보니 골키퍼로 개인 성적도 자연히 좋아졌다.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성적이 좋아서 이상을 탄 것이다"라면서 "운동 선수 출신의 아버지의 조언대로 꾸준하게 달린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여기서 염경민의 아버지는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 '안경 에이스' 염종석이다. 그는 1992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 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면서 신화가 됐다. 이후 롯데 등 여러 구단에서 코치로 일하던 염종석은 동의과학대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염종석 동의고학대 야구부 감독 105 2024.09.14 / foto0307@osen.co.kr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롯데, 아니 한국 야구 레전드인 아버지는 염경민에게 '꾸준함'을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는 항상 120으로 전력 질주하기 보다는 80, 90의 속도로 오래 꾸준히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셨다"라면서 "그 말대로 어떤 위기나 고난이 있어도 길게 보면서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전드의 아들이지만 염경민의 축구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울산 학성 고등학교에서 축구부를 다녔으나 3학년이 되기 전 축구부가 폐지되면서 함안 FC로 팀을 옮겨야 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 무대서도 쉽게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은 소기의 성과를 낸 염경민은 "아버지 말대로 버티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길게 보고 눈 앞의 위기에 놀라고 흔들리기 보다는 꾸준히 달린 것이 상으로 이어졌나 보다"고 한 시즌을 소회했다.
롯데 염종석 2007.05.13 /spjj@osen.co.kr
염경민에게 운동 선수 출신의 아버지 염종석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롤모델이다. 그는 "사실 나도 처음에는 아버지를 따라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야구는 절대 안 된다고 하시더라"라면서 "그러더니 축구를 권하셔서 이렇게 하게 됐다"고 귀뜸했다.
이어 "사실 축구를 해서 골키퍼 포지션이 된 것도 아버지 덕이다. 아버지가 육군체육부대 시절 군부대 체육 대회 경기에 나서서 골키퍼를 하셨는데 단 한 번도 연습 안하시고 맹활약하셨다더라. 그 DNA가 나한테 남아있어서 골키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전드 아버지의 조언대로 천천히 꾸준히 달리고 있는 염경민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게임을 뛰면서 상위 리그를 가든 같은 리그에 뛰든 더 발전하고 싶다. 대표팀에 가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K리그서 오래 뛰고 응원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꾸준하게 달리고 있는 2003년생 골키퍼 염경민. 그는 "롤모델은 과거 K리그서 뛰던 노동건 선수다. 체형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서 자주 영상을 보고 배우고 있다"라면서 "경기 운영이 안정적인 골키퍼로 꾸준히 발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레전드 아버지와 다른 종목서 활약하고 있는 염경민. 과연 그가 꾸준하게 노력을 이어가서 더 높은 곳에서 빛나기를 기원해 본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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