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첼시에 2골을 먼저 넣고도 역전패 한 토트넘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각하게 어둡다. '캡틴' 손흥민(32, 토트넘)은 팬들에게 사과했고,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59)은 경질 위기다. 외부에선 감독을 비난하지만, 선수단 내에선 그를 두둔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 맞대결에서 3-4로 역전패했다.
이날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1골 넣었지만, 승리와 연이 닿지 않았다.
토트넘의 첼시전 경기 내용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5분, 11분 초반부터 빠르게 두 골을 기록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경기 시작 15분 만에 주전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부상으로 드라구신과 교체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첼시가 틈을 잘 파고들었다. 전반 18분 산초의 골로 추격을 시작했고, 후반 14분 파머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첼시는 후반 29분 엔소의 역전골과 38분 파머의 추가 페널티킥 골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에 만회골을 넣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결과로 토트넘은 승점 20점에 머물며 리그 11위로 추락했다. 첼시는 승점 31점을 확보, 2위를 유지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우리 팀이 상위권 팀들과 경쟁할 만한 능력을 보여줬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최근 부진한 성적이 그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스카이스포츠 해설자 제이미 캐러거는 토트넘의 첼시전 패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캐러거는 리버풀 출신 수비수다.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더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지 않으면 토트넘에서 경질될 것”이라고 주장한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순위 하락 속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올 시즌 두 번이나 '2-0 리드 후 패배'를 해 비판을 키웠다”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지난 10월 브라이튼과 맞대결에서도 2-0으로 앞섰지만, 최종적으로 2-3으로 패했다.
또 캐러거는 “두 경기(브라이튼, 첼시전)에서의 붕괴와 그 사이 몇 차례 패배로 인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겐 상대 팀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 전술을 연구해야 한단 압박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한 가지 방식만 고수한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매일 아침 해가 떠 있길 바라지만, 비가 오면 코트를 입는다. 한 가지 방식만을 고수하면 안 된다. 변화하지 않으면 내년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 없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다르게 경기해야 한다. 어려운 원정 경기도 (홈에서 임하는 것처럼) 하면 안 된다. 순수한 축구를 하겠단 생각은 좋지만, 그렇게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런 방식으론 토트넘에 우승은 없을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영국 또 다른 매체 인디펜던트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을 비판했다. 매체는 “첼시전 전반전 때 보여준 토트넘의 공격 축구는 훌륭했지만 경기 흐름이 바뀌었을 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토트넘의 실망스러운 후반전 경기력은 감독이 적절한 전술적 변화를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인디펜던트는 더 나아가 “토트넘 팬들이 감독의 기복 있는 경기력을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 역시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탓하는 게 낫다. 나는 더 잘할 수 있었어야 했다"라고 그 누구도 탓하지 않고 부족함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손흥민은 1골과 함께 슈팅 4회, 패스 성공률 83%, 기회 창출 2회, 등 무난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빅 찬스 미스 2회는 그에게 아쉬울 대목이다. 손흥민은 전반 24분 맞이한 역습 상황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슈팅은 골문 안으로 향하지 못했다. 후반 23분 맞이한 일대일 찬스에서도 감아 찬 슈팅은 그대로 골문을 지나쳤다.
"정말 실망스럽다"라고 말을 이어간 손흥민은 "지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작은 디테일 때문에 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는 이런 순간에 더 잘해야 하고, 득점을 해야 한다. 내가 팀을 실망시킨 것 같아서 팀에게 정말 미안하다”라고 고개 숙였다.
첼시전 패배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론이 거세진 가운데, 손흥민은 "어려운 순간에 서로 단합해야 한다"라며 "이전보다 더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 팬들은 항상 놀라운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선수들이 더 나서야 할 때다. 큰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로메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공개 지지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위대한 사령탑이다. 이미 첫 시즌에 제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지금 팀에 부상이 너무 많아서 (성적이) 그렇다"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가장 먼저 비판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토트넘이 더 지면 감독 교체도 고려할만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선수들은 감독, 코치와 함께 하는 것이 행복하다. 우리는 팀 전술과 우리의 축구 스타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로메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지를 자신의 SNS로도 표현했다. 그는 "만약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면 로메로가 떠나는 것 아니냐"는 SNS에 리트윗을 눌렀다가 지우면서 자신의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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