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3세 투수를 보호선수로 묶다니…오승환 존재감 이 정도, 실리적으로도 좋은 결정일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12.09 16: 38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이례적으로 보호선수를 공개했다. 오승환(42)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존재감이 이 정도로 크다. 
KBO는 지난 8일 삼성과 최원태의 FA 계약을 공시했다. 삼성은 11일까지 20명의 보호선수명단을 최원태의 전 소속팀 LG에 보내야 한다. LG는 14일까지 보상선수를 지명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오승환이 뜻밖의 화두가 됐다. 삼성이 20인 보호선수명단에 오승환을 포함할지, 제외되면 과연 LG가 지명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삼성을 상징하는 영구결번급 슈퍼스타이지만 올해 부진과 많은 나이로 인해 무조건 보호선수명단에 들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삼성 오승환. 2024.08.29 /sunday@osen.co.kr

삼성 오승환. 2024.09.22 / foto0307@osen.co.kr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SSG의 23년 원클럽맨 외야수 김강민을 깜짝 지명한 사례도 있었다. 올해 불펜이 무너지면서 어려움을 겪은 LG가 즉시 전력으로 오승환을 지명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에서 “오승환처럼 상징성 있는 선수를 보호명단에서 풀 일은 없다”고 진화하면서 혹시 모를 LG행 가능성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보호선수명단은 비공개 원칙으로 구단 내에서도 일급 기밀이지만 추측이 난무한 상황에서 삼성은 이례적으로 오승환의 보호선수명단 포함을 알렸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오승환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오승환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삼성 야구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KBO리그 통산 최다 427세이브 기록 중인 오승환은 2005·2006·2011·2012·2013년 삼성의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장식했다. 2005·2011년에는 한국시리즈 MVP도 차지했다. 
영광의 시간을 보낸 끝판왕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올 시즌 58경기(55이닝) 3승9패2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91 탈삼진 42개로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여름부터 급격한 부진을 보이며 마무리 자리를 내놓고 2군에도 다녀왔지만 반등하지 못했다. 결국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모두 제외됐다. 
삼성 입장에서 미래를 보면 젊은 선수들을 한 명이라도 더 묶는 것이 실리적인 측면에선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레전드의 가치를 간과하지 않았고, 내년에도 동행을 이어간다. 올해 1월 삼성과 2년 총액 22억원에 FA 계약한 오승환은 내년까지 계약돼 있다. 해외 진출 기간을 빼고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마칠 수 있다. 
삼성 오승환이 7회초 1사 KIA  나성범에게 우중월 동점 솔로 홈런을 맞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2024.09.01 / foto0307@osen.co.kr
7회말 삼성 오승환이 역전을 허용하며 교체되고 있다. 2024.09.15 / jpnews@osen.co.kr
동갑내기 추신수와 김강민이 올 시즌을 끝으로 나란히 은퇴하면서 오승환은 내년에 유일한 1982년생 선수로 ‘단독 최고령’ 선수가 된다. KBO리그 역사를 봐도 43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한 선수는 3명뿐이다. 2009년 한화 송진우, 2014년 LG 류택현, 2017년 KIA 최영필로 모두 투수들이다. 
엄청난 자기 관리로 롱런한 선수들이지만 43세 시즌이 결국 마지막이었다. 통산 210승에 빛나는 송진우도 2009년 43세 시즌은 14경기(7⅓이닝) 1승2홀드 평균자책점 7.36에 그쳤다. 4월말 1군에서 제외된 뒤 2군에 머물다 은퇴를 선언했고, 그해 9월23일 대전 LG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렀다. 당시 그의 나이 43세7개월7일. KBO리그 역대 최고령 출장 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류택현도 2014년 2경기 1이닝 3실점으로 끝났다. 4월초 2군으로 내려간 뒤 그대로 은퇴했다. 최영필 역시 2017년 5월30~31일 마산 NC전 2경기(1⅓이닝 3실점) 등판이 마지막으로 6월9일 시즌 중 은퇴를 선언했다. 
야수 중에선 어느 누구도 43세 시즌을 뛴 선수가 없다. KBO리그에선 43세가 마의 구간이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는 나란히 50세까지 던진 제이미 모이어와 야마모토 마사가 있다. 레전드 예우를 받은 오승환이 20인 보호선수명단에 포함된 가치를 내년에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삼성 오승환(오른쪽)이 경기를 마무리한 뒤 강민호와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04.11 / foto0307@osen.co.kr
삼성 오승환. 2024.06.21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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