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여느 구단들과 마찬가지로 비시즌이 한창 진행되면서 선수단 개편을 시작했다. FA 시장에서는 내부 FA에 집중하며 김원중 구승민 등 핵심 필승조를 붙잡았다. 반면 기대에 못미친 선수들은 방출하며 선수단을 정리했다. 빼는 것만 하지 않았다. 더하는 작업도 수행했다. 롯데는 메디컬테스트 등을 거쳐 2024시즌을 끝으로 KT 위즈에서 방출된 투수 박시영(35)을 영입했다.
친정팀으로 다시 불러들인 셈이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한 박시영이었다. 2010년 1군에 데뷔했고 최전방인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무리 지었다. 전역 이후 2016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했다. 당시 박세웅, 박진형 등과 함께 ‘박트리오’로 불리며 롯데 마운드를 책임져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박시영은 롯데에서 잠재력을 만개하지 못했다. 롯데에서 통산 191경기(12선발) 6승 8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18의 성적에 그쳤다.
2020시즌이 끝나고 내야수 신본기와 함께 KT로 트레이드 됐다. KT에서 박시영은 비로소 잠재력이 만개했다.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을 만난 뒤 피칭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패스트볼과 포크볼 위주의 피치디자인을 슬라이더 위주로 수정했다. 이강철 감독의 조정이 들어가면서 박시영은 탈삼진을 뽑아낼 수 있는 위력적인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2021년 KT에서 첫 시즌 48경기 등판해 45이닝 3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40으로 활약했다. 51개의 탈삼진을 기록, 9이닝 당 10.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볼넷은 15개에 불과했다. 완벽하게 달라지며 강력한 허리 역할을 했다.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며 우승반지를 손에 꼈다. 박시영의 야구인생이 이렇게 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듬해 2022년 17경기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60의 성적을 남겼다. 5월 12일 광주 KIA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투구 도중 팔꿈치 인대와 뼈를 동시에 다쳤다. 그대로 고통에 겨워 몸을 뒹굴 만큼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수술을 받았고 2023시즌은 통째로 날렸다. 복귀 시점에 다시 통증이 찾아왔고 결국 2024시즌에서야 돌아왔다. 그러나 박시영은 이전처럼 중용받지 못했다. 26경기 25⅓이닝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62의 기록을 남기는데 그쳤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롯데가 박시영을 불렀다. 김원중 구승민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고 두산과의 트레이드로 신인왕 출신 정철원까지 영입했다. 그러나 절대적인 질과 양이 부족한 롯데 불펜이다. 기존 젊은 투수들인 최준용과 전미르는 올해 부상으로 시즌을완주하지 못했다. 최준용은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내년 개막전 합류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미르도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해 이전과 같은 구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불펜 우수들이다. 영건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성적이 필요한 롯데 입장에서는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을 마냥 기다려주기 힘들다. 즉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FA급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긁어볼만한 복권인 선수들이 합류해 잭팟이 터질 수도 있다. 2년 전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김상수가 그랬다.
과거 40홀드를 기록하는 등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였던 김상수였지만 성적이 뚝 떨어졌고 방출됐다. 하지만 롯데가 다시 불렀고 김상수는 보란듯이 회춘했다. 지난해 67경기 52이닝 4승2패 1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12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는 기존 필승조 투수들의 붕괴 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74경기 73⅔이닝 8승 4패 2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4.15의 성적을 거뒀다. 혹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자주 마운드로 호출됐다. 김상수가 없었으면 올해 롯데 불펜은 더 아찔했을 것이다.
박시영에게 김상수의 성공사례를 기대하고 있다. 박시영은 과거 롯데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투수라고 봐야 한다. 롯데 제2막이 열리는 셈. 박시영은 롯데에서 부활을, 롯데는 박시영으로 불펜진의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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