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5년 대전 신축 야구장 시대를 맞아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비상 준비를 마쳤다.
한화는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된 KBO리그 FA 시장에서 발 빠르게 2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내야수 심우준과 총액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8억원)에 계약한 뒤 ‘투수 최대어’로 평가된 엄상백도 4년 총액 78억원(계약금 34억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원, 옵션 11억5000만원) 조건으로 잡았다.
두 선수에게 총액 128억원을 썼다. 전 소속팀 KT에 전달된 보상금 5억4000만원(심우준 2억9000만원, 엄상백 2억5000만원)을 더하면 FA 투자 금액은 총 133억4000만원. 일찌감치 이번 FA 영입 한도 2명을 채우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화의 FA 영입은 3년째 이어진 행보다. 2022년 시즌 후 외야수 채은성(6년 90억원), 투수 이태양(4년 25억원), 내야수 오선진(1+1년 4억원)을 영입하며 계약 총액 119억원, 보상금 8억4500만원을 썼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에도 내야수 안치홍(4+2년 72억원)을 영입하며 보상금 10억원을 추가 지출했다.
3년간 외부 FA 계약 총액만 319억원. 보상금 23억8500만원을 더하면 6명의 FA 선수 영입에 든 비용만 총액 342억85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 2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괴물 투수’ 류현진도 8년 총액 170억원으로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에 복귀시켰다. 최근 3년간 외부 영입에 무려 512억8500만원을 쓰며 선수단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한화의 이같은 광폭 행보는 2025년 개장하는 대전 새 야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 시대에 발 맞춰 이뤄진 ‘계획적’ 움직임이다. 2022년까지 전면 리빌딩으로 젊은 선수 발굴 및 육성에 집중하며 인내의 시간을 가졌던 한화는 2023년부터 집중 투자 기간에 들어갔다. 2023~2024년 순위 싸움을 할 수 있는 전력을 다져 포스트시즌 경쟁권으로 올라선 뒤 2025년 신구장 개장에 맞춰 정상 등극을 노리는 로드맵이었다.
비록 2023~2024년에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투수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내야수 문현빈, 황영묵 등 젊은 유망주들이 성장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신구 조화 속에 투타에서 치열한 경쟁 체제가 구축됐다. 여기에 올겨울 FA 엄상백, 심우준을 영입하며 내년에는 확실히 5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엄상백은 최근 3년간 리그 전체 다승 6위(31승), 탈삼진 8위(387개), 이닝 10위(408⅔이닝)에 오른 검증된 선발 자원이다. 늘 선발진에 변수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는 엄상백처럼 계산이 서는 선발이 필요했다. 심우준은 타격이 약하지만 2021년 KT 우승 당시 주전 유격수로 수비와 주루에서 리그 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았다. 커리어 내내 큰 부상 없이 120경기 이상 출장할 수 있는 내구성도 좋다.
‘오버페이’라는 외부 평가도 있었지만 시장 가치가 반영된 투자였다. 만으로 엄상백은 28세, 심우준은 29세로 전성기 구간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다. 그동안 많은 FA 선수들을 영입한 한화이지만 20대 선수를 한 번에 둘이나 데려온 건 처음이다. 리그 전체로 봐도 2005년 삼성 심정수, 박진만 이후 두 번째. 2005년 삼성은 FA 영입 효과 속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화의 이같은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방산 실적 호조 속에 호황을 누린 한화그룹의 자금력도 있었지만 구단주 김승연 회장의 야구 사랑을 빼놓곤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승연 회장은 올 한 해 무려 9번이나 대전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응원하며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야구단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전폭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중에도 김 회장은 선수단에 이동식 스마트TV를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모든 투자는 결국 내년 대전 신구장에서 맞이할 첫 시즌을 기념비적인 해로 삼아 명문 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한화그룹은 새 야구장 건립 과정에서도 430억원을 내놓은 뒤 공사비가 증가하자 56억원을 추가로 쓰며 총 486억원을 투자했다. 25년간 구장 사용권과 네이밍라이츠(명명권), 광고권 등 수익권을 가졌다. 선수 보강을 위해 최근 3년간 투자한 512억8500만원을 더하면 998억8500만원으로 거의 1000억원에 가까운 금액. 구단 인수를 제외하고 단기간 리그에서 이렇게 큰 투자를 한 팀은 없었다.
내년이면 창단 40주년이 되는 한화는 새 야구장에서 구단 BI와 유니폼도 바꾸고 새출발한다. 다가오는 2025년은 그야말로 대망의 해. 성적을 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