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에 잔류하고 싶다며 눈물까지 흘렸지만 FA 시장은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로 움직인다.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2)의 이적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LA타임스’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가 FA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31)와 1년 17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FA 최대어’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외야수 후안 소토(26)가 뉴욕 메츠와 15년 7억5600만 달러로 역사적인 계약이 이뤄진 뒤 나온 소식으로 다저스는 ‘플랜B’를 가동한 모습이다.
콘포토는 계약금 850만 달러를 받으며 연봉 중 일부를 추후 지급받는 ‘디퍼(지불유예)’ 조건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체 검사를 통과하면 구단의 공식 계약 발표가 있을 듯하다.
다저스가 콘포토를 영입하면서 에르난데스와 이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르난데스와 재계약 여지를 남겨놓았지만 FA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결합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LA타임스는 ‘콘포토와 계약으로 다저스는 에르난데스와 재계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 커리어 하이 33홈런을 치며 포스트시즌 영웅이 된 에르난데스는 LA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양측은 새로운 계약을 놓고 협상 중이지만 소토가 계약을 마치면서 에르난데스 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소토 영입전에 나섰던 팀들이 에르난데스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ESPN’ 역시 ‘다저스와 에르난데스가 지난 몇 주 동안 협상을 펼쳤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다저스가 에르난데스와 합의하지 못하면 양키스와 보스턴이 그를 공격적으로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른 팀들도 에르난데스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토가 메츠행을 결정하면서 다음 FA 외야수로 평가되는 에르난데스의 영입 경쟁도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토를 잃은 뉴욕 양키스도 대안으로 주시 중이다. 소토를 노린 또 다른 팀이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시 에르난데스를 영입 후보에 올려놓았다.
경쟁팀이 늘어날수록 몸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에르난데스의 몸값은 3~4년 6500만 달러에서 8000만 달러 수준으로 예상됐는데 이보다 더 오르면 다저스가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에르난데스에게 가장 적극적인 팀은 다저스가 아니라 보스턴이다. 보스턴은 지난겨울에도 FA 시장에 나온 에르난데스에게 2년 28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에르난데스는 보스턴의 2년 계약을 뿌리치고 1년 2350만 달러에 다저스와 단년 계약하며 850만 달러를 추후 지급받는 디퍼 조건도 감수했다.
다저스에서 에르난데스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54경기 타율 2할7푼2리(589타수 160안타) 33홈런 99타점 출루율 .339 장타율 .501 OPS .840을 기록하며 앞서 2시즌 하락세를 완벽하게 극복했다. 개인 최다 홈런을 치며 두 번째 올스타에 뽑혔고, 시즌 내내 클러치 상황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가을야구에서도 디비전시리즈 5차전 1-0으로 앞선 7회 쐐기 솔로 홈런과 월드시리즈 2차전 3회 결승 투런 홈런으로 해결사로서 면모를 발휘했다.
빼어난 성적뿐만 아니라 좋은 친화력으로 선수단에 녹아들어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했다. 오타니 쇼헤이와 절친한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년을 뛰면서 다저스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게 커진 에르난데스는 지난달 2일 우승 축하 퍼레이드 때 “이곳에 남고 싶다. 좋은 추억이 너무나도 많다. 선수로서, 한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다저스가 최우선이다.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팬들에게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내일이라도 계약하고 싶다”며 다저스 잔류 의지를 천명한 에르난데스였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흘러서도 재계약 소식이 없다. 소토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던 영향이 크지만 콘포토 영입으로 다저스와 한 발 멀어진 모양새다. 다저스는 또 다른 우승 주역인 구원투수 블레이크 트라이넨과 2년 2200만 달러 FA 계약에 합의했다. 다저스에서 FA로 풀린 선수 중 가장 먼저 잔류가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