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우승팀인 LA 다저스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포지션 교통정리를 단행한다. 유격수가 관건이었는데 유격수 랭킹 1위인 윌리 아다메스, 2위인 김하성까지 영입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다저스 브랜든 고메스 단장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리는 윈터미팅에 참석해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2025시즌 구상에 대해 무키 베츠가 유격수, 토미 에드먼이 유격수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저스는 유틸리티 선수를 활용해 라인업 가용폭을 극대화 하는 팀이다. 크리스 테일러, 키케 에르난데스가 대표적인 다저스의 유틸리티 선수들. 더 나아가 주전으로 분류된 선수들도 여러 포지션을 맡는 게 어색하지 않다. 특히 ‘MVP 출신’ 무키 베츠는 외야에서 내야로, 내야에서 외야로 이동하는 등 폭 넓게 포지션을 오가고 있다.
베츠는 메이저리그 데뷔를 외야수로 했다. 하지만 고교시절부터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갔다. 탁월한 운동능력 덕분에 새로운 포지션들에서도 순탄하게 적응했다. 한동안 외야수에 전념하던 베츠는 다저스로 이적한 뒤 외야에서 다시 내야로 들어오기도 했다. 2023시즌부터는 ‘내야 알바’ 수준을 넘어섰고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상자는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한 김하성이었지만 베츠도 만만치 않은 멀티 포지션 능력을 과시했다.
올해는 아예 주전 유격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구단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구단 입장에서는 베츠가 유격수나 2루수 등 센터라인 내야수로 들어오는 게 전력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 30대가 넘어선 시점이었고 어색함도 적지 않았지만 베츠는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유격수로 시즌 중반까지 뛰었다. 그러다 올해는 6월 사구로 왼 손등 골절 부상을 당한 뒤 내야가 아닌 외야로 돌아가면서 시즌을 마무리 했다.
그러나 이제 베츠는 다시 한 번 유격수 도전에 나서게 되는 것. 현재 다저스에는 확실한 주전급 유격수가 없었다. 베테랑 미겔 로하스와 내년 500만 달러 옵션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주전급 유격수 영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슈퍼 유틸리티 선수인 토미 에드먼이 포스트시즌 유격수로 나섰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까지 따냈다. 그리고 5년 74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에드먼의 유격수 기용 가능성이 높아졌던 것도 사실. 하지만 다저스는 에드먼을 중견수로 보내면서 베츠에게 유격수를 맡기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마쳤다.
이로써 다저스는 베츠를 비롯해 로하스, 에드먼, 가빈 럭스 등 유격수 선택지가 넓어졌다. 유격수 최대어인 윌리 아다메스 영입전에 굳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다메스는 7년 1억8200만 달러에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향했다. 대신 다저스는 후안 소토 영입전에 참전했고 FA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와 1년 17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선수 스스로 잔류를 원하는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유격수가 필요했기에 김하성 영입 가능성도 잠깐 대두됐지만, 결국 김하성이 다저스로 향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FA 김하성이 선택해야 할 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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