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보강은 힘들지언정 현재 전력부터 지켜야 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롯데 불펜의 핵심 듀오인 구승민과 김원중이 동시에 FA 자격을 취득했다. 구승민과 김원중은 각각 121홀드, 132세이브를 기록, 구단 최다 홀드와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불펜 듀오가 동시에 뛰었던 경우가 없었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불펜 듀오를 붙잡는 게 올해 비시즌 최대 과제였고 완수했다. 김원중과 4년 총액 54억원(보장금액 44억원, 인센티브 10억원), 구승민과 2+2년 총액 21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총액 12억원, 인센티브 6억원)에 붙잡았다. 김원중과 구승민 모두 롯데 애정이 컸고 잔류 의지가 강했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롯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불펜 보강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외야수, ‘리틀 이정후’라고 불린 김민석을 시장에 내놓았고 두산 베어스에서 2022년 신인왕 정철원을 데려왔다. 김민석과 정철원이 포함된 2대3 트레이드로 불펜 보강에 성공했다.
선결조건은 구승민과 김원중이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다. 두 선수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다. 사실 두 선수가 중요한 시점에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구승민은 올해 66경기 5승3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84의 성적에 그쳤다. 시즌 초반 2군에서 재조정을 거치고 돌아오기도 했지만 회복이 쉽지 않았다.
김원중은 단기 부진의 여파가 컸다. 김원중은 올 시즌 56경기 3승6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5의 성적을 거뒀다. 블론세이브가 6개였다. 특히 7월 말 5경기 연속 구원에 실패하며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전까지 평균자책점이 2.19였지만 이 5경기에서 블론세이브가 3개에 평균자책점이 20.25였다. 시즌 전체 블론세이브의 절반이 이 기간에 나왔고 시즌 평균자책점도 3.95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시즌 전체적인 안정감이 이전보다는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구승민과 김원중 모두 포크볼 투수였고 올해 9이닝 당 볼넷 수치가 상승했다. 풀타임 구원투수로 정착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구승민(9이닝 당 5.46개), 김원중(9이닝 당 4.41개) 모두 가장 높은 볼넷 비율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ABS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FA 1년차 시즌인 내년, 김원중과 구승민에게 호재일 소식이 전해졌다. KBO는 2025년 ABS의 상하 기준을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 기준은 각각 선수 신장의 56.35%, 27.64%로 설정하며, 중간면과 끝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올해는 상단, 하단 모두 0.6% 포인트(신장 180cm의 선수의 경우 약 1cm) 하향 조정해 상단 55.75%, 하단 27.04%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포크볼 투수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일 수 있다. 두 선수의 부활 가능성도 높아진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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