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재계약에 실패한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가 한국에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 꿈을 이룰지 주목된다.
한화와 재계약에 실패한 페라자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샌디에이고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초청 선수로 합류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다.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한국에서 파워업한 스위치히터가 파드리스 마이너 팀에 들어왔다’며 ‘파드리스는 올해 주릭슨 프로파 복권에 당첨됐다. 또 다른 복권(페라자)이 올스타 좌익수(프로파)를 대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2월 외야수 프로파와 1년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뎁스 보강 차원에서 이뤄진 영입이었지만 158경기 타율 2할8푼(564타수 158안타) 24홈런 85타점 OPS .839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데뷔 첫 올스타에 실버슬러거 상까지 받으며 ‘최고 유망주’ 잠재력을 뒤늦게 터뜨렸다.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30개 구단 통틀어 유망주 랭킹 1위 휩쓸었던 프로파는 다시 FA 자격을 얻었다. 원하는 팀이 없어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1년 계약으로 다시 손을 잡았던 지난겨울과 달리 올해는 시장 관심 속에 다년 계약을 노리고 있다.
프로파가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페라자가 좌익수 후보군으로 경쟁을 펼칠 공간이 늘어난다. 한화와 재계약이 불발된 페라자가 빠르게 미국으로 다시 방향을 튼 것도 결국 메이저리그에 대한 열망이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페라자는 한국에 올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동기 부여가 뚜렷했다. 그는 “한국에 가는 것을 메이저리그 꿈을 포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에서도 아시아 야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본다. 여기서 내 역할만 잘하면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17살이었던 2015년 8월 시카고 컵스와 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온 페라자는 2023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다. 타격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수비 불안에 발목이 잡혔다. 내야수로 시작해 2021년부터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에도 좀처럼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이같은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122경기 타율 2할7푼5리(455타수 125안타) 24홈런 70타점 OPS .850으로 타격은 괜찮았지만 외야수로 9개 실책을 범했다. 의욕이 앞서 무리하게 잡으려다 놓치거나 타구를 잘 따라가놓고 어이없이 떨어뜨리는 등 집중력이 약했다. 결국 후반기에는 거의 지명타자로 나섰다.
타격에서도 임팩트는 강했지만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펜스와 충돌로 가슴을 다친 뒤 페이스가 꺾였다. 그 이후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내며 기복이 심했고, 현장에선 일찌감치 재계약 불가 쪽으로 기울었다. 구단에서도 중견수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를 찾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페라자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페라자도 “한화에서 뛰는 것은 정말 즐거웠고, 그리울 것 같다”며 작별 인사했다.
비록 한국과 인연은 1년으로 끝났지만 페라자는 아직 26살밖에 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로서 압박감이 큰 KBO리그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커리어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샌디에이고의 새로운 ‘로또’로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