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좌절감의 토트넘과 시름에 잠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운명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12.13 09: 15

토트넘 홋스퍼의 좌절감이 깊어지고 있다.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양새가 빚어지는 2024-2025시즌이다. 승리는 낯설다. 반면 패배는 익숙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가라 자부했건만,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이번 시즌을 치르는 상황에 맞닥뜨려 곤혹스럽기만 한 토트넘이다. 당연히, 깊은 시름에 잠길 수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한 앙겔로스(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토트넘은 매 시즌 정상권에 도사리고 우승을 넘보는 ‘전통 6강’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 아스널과 함께 펼치는 패권 각축전은 EPL 관전 묘미를 더욱 자아냈다. 더구나 자랑스러운 한국인 손흥민(32)이 팀의 구심점으로 맹활약을 펼쳐, 우리나라 EPL 팬들을 비롯한 국민의 사랑을 톡톡히 받는 클럽으로 큰 인기를 누려 왔다.
그런데 토트넘으로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형국으로 전개되는 이번 시즌이다. 13일(이하 현지 일자) 현재, 11위(승점 20)다. 2023-2024시즌을 5위로 마무리하고 의욕에 넘쳐 맞이한 2024-2025시즌이건만, 너무나 낯선 고비에 봉착하며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는 형세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두 자릿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2007-2008시즌과 똑같은 순위다. 이 시즌을 제외하면 이후 단 한 번도 10위 밖으로 내몰린 적이 없었던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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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당 38경기씩 대장정을 펼치는 이번 시즌의 ⅓을 막 넘어섰는데, 벌써 일곱 번이나 패배의 쓰라림을 맛봤다. 5위를 한 지난 시즌 당한 12패의 절반보다 많다(58.3%). 또, 승리한 경기(6)보다도 많다.
패배한 경기 수가 얼마나 많은지 피부로 느낄 만한 기록이 있다. 2024년 벌어진 EPL에서, 토트넘은 네 번째로 많은 패배(14)를 당했다. 토트넘보다 더 많이 진 팀은 울버햄프턴 원더러스(20),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브렌트퍼드(이상 15) 등 단 셋에 불과했다(표 참조). 전통 6강 중 토트넘을 빼면 그 어느 팀도 찾아볼 수 없는 통계로, 그야말로 수모를 당하며 보낸 한 해였음이 뚜렷하게 엿보인다.
시즌별로 나눠 살펴보면, 토트넘이 이번 시즌 깊디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EPL이 추춘제로 펼쳐지는 만큼, 한 해는 두 개 시즌이 치러진다. 올해는 2023-2024시즌과 2024-2025시즌이 벌어졌는데, 토트넘은 이번 시즌이 더욱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엔, 18경기에서 7패를 당했다. 반면 이번 시즌엔, 그보다 3경기가 적은 15경기에서 같은 7패를 당했다.
공격 일변도 단순한 전술이 아킬레스건… ‘강강약약’ 모습과 함께 불명예 기록의 늪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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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토트넘이 이렇게 전락한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트랜스퍼마크트는 ‘순진함(Naivety)’을 그 원인으로 짚었다. 화끈한 공격 축구에 중점을 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단순한 전술 운용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 축구는 매력적이긴 하다. 그러나 공격 일변도에서 기인한 전술의 다양성 상실은 상대의 역습에 곧잘 아킬레스건을 드러내곤 한다”라고 장단점을 짚은 트랜스퍼마크트는 “게다가 실용성이 부족할뿐더러 잦은 기본적 실수가 되풀이되는 요즘 같은 경기력을 보면 이길 만한 요소를 찾을 수 없다”라고 혹평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강강약약’의 경기력을 보였다. 강한 팀엔 강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도리어 약한 팀엔 약한 모습을 노출했다. ‘맨체스터의 두 거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6라운드·3-0 승)와 맨체스터 시티(12라운드·4-0 승)에 대첩을 거둔 데서 여실히 엿볼 수 있는 ‘강강’이다. 두 대승 모두 적지에서 일군 개가라 더욱 돋보였다. 반면 크리스털 팰리스(9라운드·0-1 패)와 입스위치 타운(11라운드·1-2 패)에 분패한 데서 뚜렷이 드러난 ‘약약’이다.
공격 일변도 전술은 역전의 참패로 이어지기도 했다.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전(7라운드·2-3 패)과 첼시전(15라운드·3-4 패)이다. 두 경기 모두 선제골을 터뜨리며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지키지 못하고 승리를 내줬다. 더구나 두 경기 모두 2-0 리드의 기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했으니, 그 충격파는 무척 거셀 수밖에 없었다.
또한, 공격 지향 축구는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의 카운터 어택(Counter Attack)에 치명타를 얻어맞곤 했다. 이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 성향 축구를 파악한 약팀들의 ‘지키다가 때리는’ 역습에 초점을 맞춘 전술에, 번번이 농락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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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야망은 크고 기대치는 높다. 그러나 그들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음을 실감케 한 이번 시즌이다. 과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오는 15일 오후 7시(한국 시각 16일 새벽 4시) 16라운드 어웨이 사우샘프턴전에서 반전의 계기가 될 회생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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