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복덩이'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이 팬심과 표심을 모두 붙잡았다. 오스틴은 다시 한 번 한국 야구와 팬들에게 진심어린 모습을 보여줬다.
오스틴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KBO리그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시상식으로 투수, 포수, 지명타자,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외야수(3명) 등 총 10명의 수상자를 선정한다.
오스틴은 외국인 선수로 유일하게 참석했고, 극히 드문 일이었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가장 먼저 열리는 MVP 시상식에 외국인 선수가 참석한 일은 있었다. 2015년 에릭 테임즈(NC), 지난해 에릭 페디(NC)는 시즌 후 한국을 떠났다가 MVP 시상식에 맞춰 일시 귀국해 참석했다. 테임즈와 페디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기에 MVP 수상이 유력했다. 수상자가 될 것을 어느 정도 알고서 참석했다.
그러나 12월 중순,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외국인 선수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스틴은 수상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오스틴은 전날(12일) 입국했다.
시상식 전에 오스틴은 “와이프에게 시상식에 갔다와도 되냐고 물었는데 괜찮다고 해서 너무 감사하게 올 수 있었다. 올해 초에 팬들에게 말해놓은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라고 참석한 이유를 말했다.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면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이어 오스틴은 수상 가능성에 대해 “50대50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나도 그정도라는 생각이다. 골든글러브를 받든 안받든 이 자리에 후보로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스틴은 홈런왕을 차지한 맷 데이비슨(NC)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데이비슨은 131경기 타율 3할6리(504타수 154안타) 46홈런 119타점 90득점 OPS 1.003을 기록했다. 홈런왕과 함께 타점 2위, 장타율 2위, OPS 3위였다. 오스틴은 140경기 타율 3할1푼9리(527타수 168안타) 32홈런 132타점 99득점 12도루 OPS .957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타점왕을 차지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1루수 골든글러브는 오스틴이 193표(63%)를 받아 83표(28.8%)에 그친 데이비슨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오스틴은 시상식 무대에 올라 '와우, 와우, 와우' 세 차례 감탄사를 내뱉으며 감정을 표출했고, 이어 휴대폰에 미리 작성한 장문의 수상 소감으로 LG 구단, 코칭스태프, 팀 동료, 팬들, 투표를 한 기자들 그리고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상식을 마친 후 오스틴은 취재진 인터뷰에서 경쟁자 데이비슨에 대해 "너무 좋은 선수이고 후보로 같이 경쟁할 수 있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다. 어떤 상을 받더라도 의심치 않을 정도의 정말 너무 좋았던 선수였다"고 칭찬했다.
'50대50'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표 차이가 많았다. 오스틴은 수상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진짜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수상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기자분들이 도움을 주고 투표를 해주셔서 받은 것이 아닐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오스틴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지금 가장 큰 목표는 LG 트윈스에서 내 (야구)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I have my biggest goal now is finishing my career at LG twins)”라고 말하며 “좋은 성적을 내며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열심히 뛰면서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하고,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끝난 아쉬움을 두고, "내년에는 꼭 우승할 거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오스틴은 총액 17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2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재계약을 했다.
한편 12일 저녁에 입국해 호텔에 짐을 푼 오스틴은 13일 아침 일찍 잠실구장에 나와 구단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개인 운동을 빼먹지 않고 했다. 13일 골든글러브 수상 기쁨을 만끽하고, 14일 미국으로 떠난다. 가족과 휴식 시간을 제쳐두고,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태평양을 왕복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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