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티모 베르너(28)를 향한 공개 비난을 철회하지 않았다.
토트넘은 13일 오전 5시(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6라운드에서 레인저스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토트넘은 공식전 5경기째 승리하지 못했다. 지난달 맨체스터 시티전 4-0 승리 이후 3무 2패에 그치고 있다. UEL 리그 페이즈 순위는 승점 11로 9위. 레인저스와 승점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밀렸다.
올 시즌부터 개편된 UEL은 상위 8팀까지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토트넘이 여기서 더 순위를 끌어올리려면 남은 두 경기에서 승리해야 한다. 토트넘은 호펜하임, IF 엘프스보리와 맞대결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부상 병동'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 티모 베르너-제임스 매디슨-브레넌 존슨, 이브 비수마-로드리고 벤탄쿠르, 데스티니 우도기-라두 드라구신-아치 그레이-페드로 포로, 프레이저 포스터가 선발로 나섰다. 다시 한번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던 손흥민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도미닉 솔란케를 벤치에 앉히고, 손흥민을 중앙에 배치하는 선택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용병술은 실패로 끝났다. 손흥민이 스트라이커로 나섰지만, 최전방에서 공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베르너와 존슨 둘 다 공을 갖고 있을 때보다는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데 강점이 있기에 좀처럼 소유가 되지 않았다. 측면까지 잘 연결해도 빠르게 크로스를 올리는 데 급급했다.
토트넘으로선 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토트넘은 후반 2분 함자 이가마네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30분 데얀 쿨루셉스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양 팀은 이후로도 승점 3점을 위해 슈팅을 주고받았으나 더 이상 골은 나오지 않았다.
변명할 수 없는 졸전이었다. 서로 실수가 잦은 어수선한 경기 속에서 레인저스가 더 날카로운 모습을 자랑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슈팅 수(15-12)와 유효 슈팅(6-3), 큰 기회(2-0) 둘 다 레인저스가 압도했다. 기대 득점(xG)도 레인저스는 1.49를 기록했지만, 토트넘은 0.87로 1골도 되지 않았다. 선방 5회를 기록한 포스터가 아니었다면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경기 후 제임스 맥패든은 "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셀틱 경기를 많이 봤다. 같은 종류의 주제와 연극 구절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리 많진 않았다. 자신감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확실히 신선함이 부족하다"라며 "포스터가 몇 차례 뛰어난 선방을 펼쳤다. 토트넘은 질 수도 있었지만, 포스터 덕분에 피했다"라고 지적했다.
레인저스 출신 닐 맥켄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레인저스는 전적으로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토트넘은 1-1이면 기뻐해야 한다. 레인저스가 토트넘을 정말 놀라게 했다. 모든 면에서 정말 놀라웠다. 단순한 번뜩임이 아니었다. 일관적으로 위협을 가했다"라며 레인저스가 훨씬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짚었다.
입지가 더욱 위태로워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리그에선 11위까지 추락했고, UEL 무대에서도 초반 3연승 후 3경기째 승리가 없기에 이상한 일도 아니다. 영국 '익스프레스'도 "토트넘의 잊고 싶은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포스테코글루의 경질 압박이 한층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암울했던 경기력은 후반에 개선됐지만, 토트넘에 1-1 무승부는 후한 결과일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 때문일까. 놀랍게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베르너를 맹비난했다. 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된 베르너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그가 해야 할 수준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줬다"라며 "18살짜리 선수가 있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 베르너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는 독일 국가대표고, 베테랑 국가대표 선수다"라고 저격했다.
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최소한 모두가 최선을 다하려 노력해야 한다. 전반전 베르너의 경기력은 용납할 수 없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 퍼포먼스가 좋지 않을 때 그들을 대신할 선수층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며 "특히 베테랑 선수들이 제 몫을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엄청난 역할을 주문할 때 말이다. 난 시니어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베르너가 아무리 부진했더라도 감독이 선수 한 명을 콕 집어 깎아내리는 건 이례적인 일. '디 애슬레틱'은 "포스테코글루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베르너의 플레이에 대해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예상 수준에 '근처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라며 "포스테코글루는 베르너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토트넘이 10대 선수인 그레이와 베리발에 의존하고 있다는 상황 때문에 특히 실망했다"라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간 보여준 행보와는 정반대다. 디 애슬레틱은 "포스테코글루는 전통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후에도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변호했다. 베르너를 향한 이번 비판은 그가 토트넘 선수 중 한 명에 대한 비판 중 가장 수위가 높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토트넘 보드진을 공개 저격한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비판한 바 있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풋볼 런던'도 "포스테코글루는 자신이 말했던 기본 규칙을 어겼다. 그는 로메로가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는 베르너의 끔찍한 모습을 찢어버렸다"라고 지적했다.
베르너가 임대생이기 때문에 표적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언론인 맷 헤이스는 "포스테코글루는 누군가를 본보기로 삼고 싶었던 것 같다. 가장 다루기 쉽고 가장 쉬운 타겟은 언제나 임대된 선수일 것이다. 그가 우연히 최악의 선수라는 점은 단지 보너스일 뿐인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이 뱉은 말을 주워담지 않았다.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비판이 아니었다. 평가였다. 우리는 형편없었다. 베르너가 잘했는지 아닌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젯밤은 어려운 경기였다. 난 18살 어린 선수들에게 엄청난 일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베테랑 선수들을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는 베테랑이자 독일 국가대표 선수이며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자다. 팀에 도움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성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하프타임에 교체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다"라며 "마찬가지로 나도 숨지 않을 것이다. 비판이 아니라 베르너에 대한 평가였을 뿐이다. 정말 힘든 밤이었고, 우리가 더 나아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폭풍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베르너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묻자 "더 이상 그런 일에 쓸 시간이 없다. 우리는 여기서 다 같이 싸우고 있다. 사람들의 멍든 자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끝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뛸 수 있는 선수가 15명뿐이었고, 어떤 포지션엔 2명밖에 없었다. 내가 돌아다니면서 선수들에게 무언가 더 끌어내려 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 추가로 더 해주지 못한다면 내게 그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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