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부터 올라왔다".
KIAA 타이거즈 주전 유격수 박찬호(29)가 소원을 이루었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88표 중 154표를 받아 득표율 53.5%를 기록했다. 경쟁자 박성한(SSG)을 36표차로 제쳤다.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도 의미있었다. “처음 내 이름을 들었을 때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몸에 힘이 풀린 것 같다"며 "정말 잘근잘근 씹으면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단순히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거를 잘 버텨냈다는 것에 대견하다고 해주고 싶다"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11년간의 야구인생이 녹아든 수상소감이었다.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50순위) 지명으로 KIA에 입단했으나 자리는 없었다. 신인시절 9푼1리(22타수2안타)에 불과했다. 2015년 부임한 김기태 감독이 눈여겨 보고 기회를 주었고 2년동안 69경기씩 뛰었다. 그러나 갸날픈 체구 탓에 1할대 타율에 그쳤다.
군복무를 마치자 김 감독은 2019시즌 박찬호를 주전 3루수로 기용했다. 이어 2020시즌은 김선빈을 2루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유격수 주전을 물려받았다. 몸에 근육이 붙기 시작했지만 타격부진은 과제였다. 2020시즌은 2할2푼3리, 규정타석 꼴찌 타율의 수모도 당했다.
2022시즌 타율 2할7푼2리를 기록하며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급기야 2023시즌 규정타석 3할 타율(.301)을 기록했다. 올해는 자신의 역대 최다 577타석을 소화하며 3할7리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 OPS .749,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 타율 3할1푼8리(22타수 7안타) 1타점 7득점 OPS .830의 활약으로 KIA의 12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KBO 수비왕에 오르며 KBO 대표 유격수로 자리잡았고 황금장갑까지 수중에 넣었다. 공수 모두 없어서는 안될 대체 불가의 선수로 우뚝섰다.
각고의 노력으로 5년간 무명시절을 이겨냈고 주전으로 도약해서도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그만큼 자신을 채찍질한 결과였다. 이제는 든든한 근육남으로 거듭났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도 얻는다. 국내 최정상급 수비력, 3할 타격, 도루능력에 센스까지 갖춰 벌써부터 거물급 평가를 받고 있다. 굵은 땀은 배신하지 않았던 것이다.
박찬호는 “올 시즌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 같다. 우승도 했고 유격수로 받을 수 있는 상도 모두 받았다. 절대 안주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내년에도 또 이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항상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지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내년에 또 올리고 내후년에 또 올리면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