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였고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발로 등판해 우승반지까지 꼈다. 하지만 조금씩 내리막을 탔고 결국 KBO리그 무대까지 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는 ‘이닝 1위’ 외국인 투수와 작별하고 데려온 터커 데이비슨(28)은 이 자리를 완벽하게 채워낼 수 있을까.
롯데는 13일 외국인 투수 구성을 완료했다. 3년 동안 정상급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찰리 반즈와 4년째 동행을 확정했다. 총액 150만 달러(보장액 13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재계약에 성공했다.
반즈의 파트너는 교체됐다. 올해 이닝 1위,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투수 2위에 오른 애런 윌커슨과 결별을 택했다. 윌커슨은 올해 32경기 196⅔이닝 12승8패 평균자책점 3.84, 167탈삼진, 퀄리티스타트 18회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 초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지만 5이닝은 기본으로 책임졌다.
윌커슨을 대신하게 될 선수가 바로 터커 데이비슨. 롯데는 데이비슨과 총액 95만 달러(보장액 8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데이비슨은 188cn, 97kg의 신체조건을 갖춘 좌완 투수다.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19라운드로 지명을 받았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21년 4경기 승리 없이 평균자책점 3.60(20이닝 8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해 주목할만한 이력은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랐다는 것.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다리 골절상을 입은 찰리 모튼을 대신해 긴급히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등록됐고 5차전 선발 등판했다. 물론 결과는 2이닝 2피안타 3볼넷 1탈삼진 4실점(2자책점)으로 좋지 않았고 팀도 5-9로 패했다. 하지만 결국 애틀랜타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 데이비슨도 우승반지를 손에 넣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4시즌 동안 선발 경험이 풍부했다. 55경기(40선발) 11승21패 평균자책점 3.78(238이닝 100자책점) 240탈삼진 84볼넷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는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 스윙맨을 맡으며 32경기(17선발) 5승11패 평균자책점 3.89(115⅔이닝 50자책점) 104탈삼진 46볼넷의 기록을 남겼다.
뚜렷한 빅리그 커리어가 없고 전체적으로 제구력이 엄청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올해 트리플A에서 9이닝 당 볼넷은 3.6개. 그렇다고 구위로 윽박지르는 유형의 선수도 아니다. 올해 유일한 메이저리그 등판이었던 9월29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패스트볼 최고 구속 92.9마일(149.5km), 평균 91.2마일(146.8km)를 마크했다. 이날 데이비슨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롯데는 “데이비슨은 투구 타점이 높고 디셉션이 좋으며, 직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을 완급 조절하며 던질 수 있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날 데이비슨은 포심(10개)을 비롯해 슬라이더(23개) 스플리터(12개) 싱커 11개) 커브(8개) 스위퍼(3개)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면서 구종 소화력을 보여줬다. 구위로 윽박지르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의 노림수를 차단하는 피칭을 보여줄 수 있다.
여기에 윌커슨과 달리 땅볼 유도형 투수에 가깝다. 메이저리그 통산 땅볼 비율이 43.8%에 달한다. 반면 뜬공은 26.8%였다. 땅볼아웃/뜬공아웃의 수치는 0.99. 트리플A에서는 지난해 1.43, 올해는 1.12의 땅볼아웃/뜬공아웃의 수치를 기록했다.
물론 우려스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2021년 팔꿈치 통증 이력. 이후 구속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당시 MRI 검진 결과 전완부 염증 진단을 받았고 이후 별다른 문제 없이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월드시리즈 경험을 했던 것도 이 시즌이다. 구속도 2021년 평균 포심 구속 93마일(149.7km)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평균 93.1마일(149.8km)로 대동소이했다. 물론 2023년 91.4마일(147km), 2024년 91.2마일(146.8km)로 떨어졌지만 KBO리그 무대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있는 구속이다. 다만, 회전수와 상하무브먼트 자체는 뛰어나지 않다.
대신 데이비슨은 2022년부터 싱커와 스플리터, 2023년부터 스위퍼를 장착하는 등 구종 다변화를 꾀했다. 자신의 생존 방법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선수라고 볼 수 있다.
일본무대를 경험하고 롯데에 왔던 윌커슨과 달리 데이비슨은 한국이 첫 해외무대 경험인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 중남미 윈터리그 경험조차 없다. 그래도 장수 외인 반즈의 도움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다.
롯데는 검증된 윌커슨을 포기하며 데이비슨을 데려왔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팀 내 좌완 투수진이 부족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좌완 데이비슨을 영입한 선택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계산이 서는 자원을 포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모험이자 도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롯데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변화를 모색했다. 그동안 현실에 안주하며 모험을 두려워했던 롯데 구단의 성향과 정 반대의 선택이었다. 데이비슨의 성패가 롯데의 모험과 도전의 행보에 키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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