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크리스 우드, 신나는 노팅엄 포리스트[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12.16 17: 16

 또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벌써 8승을 올렸다. 아직 시즌의 절반도 치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난 두 시즌(2022-2023~2023-2024) 잇달아 9승의 흉작밖에 거두지 못하고 허덕이던 초라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 없다. 승률 50%, 그 시절(23.7%)의 배를 뛰어넘는 엄청난 비약이다. “대단하다”라는 말을 절로 나오게 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노팅엄 포리스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4-2025시즌 돌풍의 팀은 단연 노팅엄 포리스트다. 14일(이하 현지 일자) 현재, 하위권 단골손님쯤으로 여겨지던 약체라는 인식을 비웃듯 버젓이 4위에 앉아 있다. 23년 만에 다시 EPL 마당을 밟았건만,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던 지난 두 시즌(16위→ 17위)의 몰골을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 만큼 강호로 탈바꿈했음을 뽐내는 이번 시즌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다른 객관적 지표에서도, ‘포리스트(Forest: 별칭)’의 비약을 뚜렷하게 엿볼 수 있다. 트랜스퍼마크트가 산정한 이번 시즌 EPL 파워 랭킹에서, 당당히 선두에 나선 포리스트다. 클럽 스쿼드 전체 시장 가치는 12위다. 그런데도 성적 순위는 4위다. 스쿼드 시장 가치와 팀 순위의 차를 바탕으로 산정한 파워 랭킹에서, 포리스트는 +8로 1위다. 다시 말해, 그만그만한 선수들로 이뤄졌음에도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즐비한, 이른바 ‘명문’ 클럽을 제치고 레이스를 이끈다. 이번 시즌 선두를 내달리는 리버풀이 파워 랭킹에서는 5위(+3)에 그치고 있는 점에서도, 포리스트가 일으킨 회오리바람의 강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노팅엄 포리스트는 한때 UFE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의 전신인 유러피언컵을 2연패(1978-1979~1979-1980시즌)하는 시절을 구가했을 만치 잘나가던 명가였다. 1865년에 창단했을 정도로 오랜 전통과 연륜을 쌓은 클럽으로서, 나름대로 풋볼리그 퍼스트 디비전에서 성가를 드날렸다. 그러나 1992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출범한 EPL에서는 별다른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2005-2006시즌부터 2007-2008시즌까지 풋볼리그 1(3부리그)에 몸담아야 하는 비루한 처지로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UCL 우승 경력을 가진 팀 가운데 최초로 3부리그 전락의 치욕을 겪었던 시기였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리스트는 1998-1999시즌 꼴찌(20위)로 EPL 무대와 이별했다. 그리고 23년 만인 2022-2023시즌에, EPL 마당을 다시 밟았다. 부푼 꿈을 꿨지만,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EPL은 녹록지 않았다. 줄곧 하위권에서 허덕였다. 지난해 12월 2023-2024시즌 도중엔, 사령탑을 스티브 쿠퍼(45)에서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50)로 교체해야 했다. 그 정도로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한데 시즌 도중 사령탑 교체의 극약 처방이 시나브로 먹혀들고 있는 듯, 이번 시즌 상위권을 요동치는 ‘폭풍의 팀’으로 떠오른 포리스트다.
‘원 맨 팀’ 인상 짙게 풍기는 우드, EPL 두 클럽 최다 득점 기록 세우며 맹활약
이처럼 노팅엄 포리스트가 EPL에 휘몰아 온 질풍의 한가운데엔, 크리스 우드(33)가 존재한다. 포리스트가 이번 시즌 보인 득점 지표에서, 우드는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중핵으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번 시즌 EPL에서, 우드는 10골을 터뜨렸다. 팀 전체 득점(21골)의 절반에 육박한다(47.6%). 득점 레이스에서도 선두권(4위)에 자리해 득점왕 경쟁을 벌일 만큼 절정의 폭발력을 분출하는 우드의 골 솜씨는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그야말로 ‘포리스트 = 우드’ 등식이 성립하는 ‘원 맨 팀(One-man Team)’이라 할 만한 활약상은 무척 돋보인다.
당연히, 팀의 역사에도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포리스트를 거쳐 간 숱한 골잡이 가운데 EPL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15라운드 어웨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12월 7일)에서 한 골을 뽑아내 영예를 안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방인 올드 트래퍼드에서, 후반 9분 승리(3-2)의 마지막 골을 잡아냈다. 이로써 브리얀 로이(54)가 1996-1997시즌에 세운 종전 기록(24골)을 갈아치우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표 참조).
우드가 누린 영광은 거기에서 한 단계 더 증폭했다. 두 개 클럽에서 EPL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두 번째 골잡이가 됐다. 우드는 번리 시절(2017-2018~2021-2022시즌)에도 49골을 터뜨려 팀 최다 득점 기록 수립자로 이름을 남긴 바 있다.
세계 으뜸 무대인 EPL에서, 지금까지 이처럼 팀을 달리하며 클럽 최다골 득점자로 우뚝 선 골잡이는 앨런 시어러(54)가 유일했다. 시어러는 블랙번 로버스(1992-1993~1995-1996시즌)에서 112골로, 뉴캐슬 유나이티드(1996-1997~2005-2006시즌)에서 148골로 각각 클럽 최다 득점자 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뚜렷하게 새겨 넣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부문 기록을 보노라면, 역시 한 명의 빼어난 골잡이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한다. 손흥민(32)과 함께 ‘영혼의 짝꿍’을 이뤄 토트넘 홋스퍼의 쌍포를 이뤘던 해리 케인(31)이다. 지금은 우승의 한을 씻어 내려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기긴 했어도, 케인은 토트넘 시절(2010-2011~2022-2023시즌) 감히 추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엄청난 골을 터뜨렸다. EPL 305경기에서 201골을 결실했다(EPL 누리집 기준 320경기 출장 213골). 물론, 여유 있게 맨 윗자리에 올랐다. 지금은 은퇴한, 2위에 자리한 세르히오 아궤로(36)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10시즌(2011-2012~2020-2021)을 뛰며 수확한 184골보다 17골이나 더 많은. 한마디로 ‘대풍’이라 할 만한 수확을 올렸다.
포리스트는 앞으로 3경기를 더 치르면 이번 시즌 반환점을 돈다. 포리스트가 그 기세를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갈지, 그리고 우드 역시 계속 골 폭발을 일으킬지 쏠쏠한 흥미를 자아내며 펼쳐지는 2024-2025시즌이다. 춤추는 우드와 덩달아 신나는 포리스트, 모두가 호사가들의 구미를 잔뜩 북돋우는 ‘만점 조미료’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