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염원' 손흥민 보는 토트넘 팬의 착잡함 심정, "저런 레전드가 이딴 팀서 썩어야 하나"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12.17 06: 22

"솔직히 이런 팀서 리빌딩이나 하기엔 손흥민이란 선수에 대한 모독".
토트넘은 16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6라운드에서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손흥민의 선발 45분만에 1골 2도움 맹활약을 앞세워서 5-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급한 불을 껐다. 토트넘은 최근 5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지난달 24일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경기 4-0 승리 이후 컵 대회 포함해서 5경기째 승리가 없던 상황(3무 2패)에서 사우샘흐턴을 잡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의 주인공은 손흥민. 그는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12분 오른쪽에서 시작된 공격이 왼쪽으로 연결되었고, 손흥민은 지체 없이 왼발 다이렉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드는 감각적인 마무리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 골은 손흥민의 2경기 연속골. 그는 지난 9일 첼시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만회골에 이어 PL 2경기 연속골로 시즌 6호골이자 리그 5호골로 부상 여파를 완전히 벗어난듯 보였다. 직전 첼시전서 보여줬던 좋은 움직임이 그대로 이어졌다.
버티던 사우샘프턴의 숨통을 끊은 것도 손흥민이었다. 그는 전반 38분 왼쪽 측면 돌파로 다시 한 번 사우샘프턴의 수비를 무너트렸다. 침착하게 사르에게 패스를 전해서 팀의 4번째 골을 완성했다. 손흥민 도움이 0.9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전반 추가 시간 마침표도 찍었다. 손흥민은 다시 한 번 기가 막힌 패스로 매디슨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이를 매디슨이 수비를 제치고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쐐기골이 터졌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만 5,6호 도움을 연달아 기록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을 브레넌 존슨과 교체했다. 향후 일정을 생각한 체력 안배 목적이 강했다. 토트넘은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3일 리버풀과 홈 리그 2연전을 앞두고 있기에 신경을 쓴 교체였다. 한편 이날 도움 2개를 추가하면서 손흥민은 토트넘 통산 68개 도움으로 팀내 역대 도움 1위로 올라섰다. 이전까지 기록은 대런 앤더튼의 67호 도움. 이날 도움 2개를 기록하면서 손흥민은 앤더튼을 넘어 토트넘 역대 도움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전 기록의 보유자였던 앤더튼은 1992년부터 2004년까지 토트넘에서 뛰었던 측면 미드필더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많은 활동량과 정교한 크로스를 주무기로 했다. 이를 손흥민은 따라 잡으면서 팀내 레전드 자리를 굳건하게 했다. 여기에 손흥민은 PL 역대 도움 단독 17위로 뛰어올랐다. 손흥민 위로는 앤디 콜(73개), 애슐리 영, 티에리 앙리(이상 74개), 테디 셰링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상 76개) 등이 위치한 상태다. 손흥민이 만약 연장 계약을 체결한다면 충분히 더 상위 랭킹으로 오를 수 있다.
축구 전문 통계 업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터치 31회에 정확한 패스 15회(16회 시도), 찬스메이킹 3회ㅡ 슈팅 4회를 기록하면서 맹활약했다. 이날 46분만 뛰었지만 1골 2도움으로 평점 9.1점을 기록하면서 77분을 소화한 매디슨(2골, 9.2점)에 이어 팀내 평점 2위를 기록했다.
한편 전날 손흥민은 '영혼의 단짝' 해리 케인에게 가장 데려오고 싶은 토트넘 선수로 언급됐다. 독일 '빌트'의 니코 린너 기자에 따르면 시상식에 참석한 케인은 이 자리에서 한 팬에게 토트넘 선수 중 누굴 데려오고 싶은지 질문받았고 "물론 손흥민을 고르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놀랍지 않은 대답이다. 케인과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엄청난 호흡을 자랑하며 '영혼의 듀오'로 불렸다. 둘은 리그에서만 무려 47골을 합작하며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36골) 듀오를 따돌리고 프리미어리그(PL) 역사상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웠다. 골 기록도 손흥민이 24골 23도움, 케인이 23골 24도움으로 딱 절반씩이다. 
서로 득점왕 등극을 도와주기도 했다. 케인은 손흥민과 함께하면서 3차례나 PL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도 2021-2022시즌 23골을 터트리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골든 부트를 수상했다. 8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케인과 손흥민의 인연은 지난해 막을 내렸다. 케인이 우승컵을 찾아 바이에른으로 이적한 것.
손흥민은 케인이 떠난 뒤에도 애틋함을 드러냈다. 그는 "나와 케인은 계속 같은 포지션에서 뛰면서 특별한 감정을 나눴다. 함께 많이 노력했고, 그만큼 특별한 사이였다"라며 "내게 케인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그런 그가 떠나니 너무 슬펐다. 그래도 케인에게 이번 이적이 필요한 선택이라고 이해한다. 그가 더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응원을 보낸 바 있다.
케인은 바이에른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 데뷔하자마자 시즌 36골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비록 꿈꿨던 우승 트로피는 손에 넣지 못했지만, 역시 월드클래스다운 모습이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케인은 이미 모든 대회를 통틀어 20골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유럽 정상급 활약을 자랑 중이다. 
손흥민만 토트넘에 남아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고 있다. 단 토트넘이 재계약을 망설이면서 선수 본인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트넘이 레전드에 어울리는 대우를 약속하지 않아 재계약이 보장되지 않아서 계속 상황이 악화되고 잇다. 실제로 손흥민은 여전히 연장 옵션과 자유 계약으로 이적설이 제기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바이에른 뮌헨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팀 토크는 "이번 발언이 직접적인 영입 제안은 아니다. 그러나 손흥민은 시즌이 끝날 때 토트넘과 계약이 만료된다. 또한 그는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뛴 경험도 있다. 영입할 수 있다면 바이에른에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라며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단 토트넘 팬들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발언. 글로벌 커뮤니티 '레딧'의 토트넘 팬페이지에서 케인의 해당 발언 이후 화들짝 놀란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 토트넘 팬은 "미안한데 케인씨, 손흥민은 못 드립니다. 내 멘탈 건강이 그를 필요로 합니다"라고 반응했다.
다른 팬은 "우리가 손흥민을 팔아도 된다는 정신 나간 사람들은 제발 나머지 포워드진의 상태를 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빅클럽들이 왜 저렇게 탐내겠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팬은 "만약 손흥민이 떠난다면 제발 다른 리그로 갔으면 좋겠다. 우리 상대로만 안 뛰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단 1992년생인 손흥민도 1993년생 케인만큼이나 우승 트로피가 간절한 상황. 실제로 토트넘 역시 손흥민의 재계약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기에 어설프게 선수를 억지로 잡기 보다는 제대로 된 팀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한 팬은 "솔직히 난 토트넘 팬이지만 케인처럼 손흥민이 트로피에 욕심을 내서 떠나고 싶다고 하면 적어도 같은 리그만 아니면 보내줘야 한다고 본다. 케인과 손흥민의 전성기를 낭비해서 미안하다"라고 애틋한 감정을 보였다.
특히 이날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록 자체는 반갑지만 우승 트로피를 위해 자신은 아직 더 발전할 수 있고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이 클럽의 역대 도움 1위에 오른 것은 자랑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배고프고 더 발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공식 채널과 인터뷰인 만큼 손흥민의 진심은 더 간절했다. 그는 "그냥 더 배고프고 항상 발전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우승 트로피를 위해 내가 더 바꿀 수 있으면 확실히 다 바꾸고 싶다"라면서 "우리 토트넘 팬들은 계속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더 발전하고 바뀌고 싶다"라고 말했다.
레딧의 한 팬은 "냉정하게 우리는 케인과 손흥민의 커리어를 완벽하게 낭비했다. 두 사람 모두 최고의 클럽에서 뛰면서 트로피를 따야만 했다"라면서 "그들의 충성심에 대해서는 너무나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토트넘에서 뛴 시간을 후회할 것이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다른 팬 역시 "난 토트넘 팬이지만 손흥민이 떠나는 것을 보고 싶다. 솔직히 너무 그가 불쌍하다. 애시당초 그는 지금도 최고 수준의 팀에서 뛰어야지 지금 토트넘처럼 리빌딩하는 상황서 버텨내면 안 된다. 그가 맏을 정당한 대우가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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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리 케인, ESPN UK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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