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혹은 탱킹이라고 부르는 키움 히어로즈의 현재 행보다. 젊은 유망주들에게 전폭적인 기회를 주고 경험치를 먹이면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특히 토종 특급 에이스 안우진이 돌아올 2026년에 맞춰서 유망주들이 성장해서 1군 곳곳에 연착륙하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투자를 마음껏 할 수 없는 팀의 사정상 어쩔 수 없는 행보지만, 또 키움은 이런 방향성으로 한국시리즈까지 도전했던 팀이다. 박병호 서건창 강정호 손승락 한현희 등이 함께했던 2010년대 초중반, 이정후 김하성 김혜성 박동원 등이 이끌었던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의 키움이 그랬다.
키움은 이정후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김혜성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그 외의 주축 선수들은 트레이드, FA 등으로 팀을 떠났다. 그러면서 트레이드의 반대급부로 신인지명권을 받아오면서 리빌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시즌의 방향성도 명확하다. 젊은 선수들 위주의 리빌딩이다. 혹자들은 탱킹이라고 부리고 한다. 그러면서 키움은 동시에 타구단에서 방출된 베테랑 선수들을 연달아 영입하고 있다.
이미 1루수 강진성(31), 외야수 김동엽(34), 투수 장필준(36)을 영입했고 17일, 내야수 오선진(35)까지 영입했다.
키움은 17일, 오선진과 연봉 4000만원에 2025년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오선진은 2008년 신인 2차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된 후, 2021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FA 계약으로 다시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오선진은 2023시즌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올해 롯데에서는 26경기 타율 2할(20타수 4안타)의 성적에 그치고 방출됐다.
키움 구단은 “오선진은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오러 안정적인 수비력과 준수한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다양한 경험과 준수한 기량을 바탕으로 백업 내야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시즌 야수진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성의 이탈이 유력한 내야진 자원이 빈약한 키움이다. 이승원 이재상 고영우 등의 젊은 내야자원들이 있고 1루 자리에는 최주환, 핵심 자원으로 송성문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김혜성의 이탈로 내야진 전체적인 전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2025년 신인 내야수 염승원도 팔꿈치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우상향 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들이 언제 부상으로 이탈할지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뎁스를 확충하는 게 중요했고 오선진도 이런 배경에서 영입된 베테랑이다.
강진성 김동엽 장필준의 영입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 명확한 고점을 찍은 시즌도 있었다. 강진성은 2020년 121경기 타율 3할9리(395타수 122안타) 12홈런 70타점 9도루 OPS .814의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 해 NC에서 우승반지도 꼈다. 두산 SSG를 거치면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우타 플래툰 자원으로 쓸모가 있다. 1루 자리에서 최주환과 부담을 덜어줄 자원이다.
김동엽도 SK와 삼성에서 20홈런 시즌만 3차례 기록했던 우타 거포 외야수. 키움은 “팀에 필요한 오른손 거포를 영입하게 돼 기쁘다”며 “김동엽의 합류로 타선의 좌우 균형을 맞춰 더욱 강하고,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선을 이끌어 줄 선수가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외국인 선수 역시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 등 타자 2명으로 꾸린 키움이다. 이들 역시도 물음표가 붙어있기에 타선의 뎁스를 확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투수진의 경우 주승우 김윤하 김선기 이종민 조영건 등의 젊은 투수들이 성장을 기다리고 있다. 조상우 김성민 그리고 원종현 등의 베테랑들에 장필준을 더해 불펜진 뎁스를 강화시켰다. 2017년 21세이브, 2018과 2019년 각각 13홀드, 15홀드를 기록한 불펜 베테랑 장필준도 불펜진 뎁스를 강화시켜줄 자원이다. 야수진보다 더 뎁스가 헐거운 불펜진에 장필준가 같은 베테랑의 영향력이 필요했다.
리빌딩 시즌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시즌 전체를 등한시 할 수는 없다. 올해도 리빌딩 모드였지만 58승 66패 승률 .403으로 만만치 않은 성적으로 잠재력을 확인한 키움이다. 젊은 선수들의 부상과 한계로 만약 뎁스가 확충됐다면 리빌딩과 탈꼴찌가 동시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리빌딩도 뎁스가 있어야 한다는 올 시즌의 깨달음이 방출 선수들의 영입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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