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쏟은 차민석(23, 삼성)에게 질책 대신 격려가 더 힘이 됐다.
2020년 1순위 차민석은 항상 ‘최초 고졸출신 1순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이제 동갑인 선수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왔다. 더 이상 차민석에게 유망주라는 수식어도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됐다. 냉정한 프로무대서 보여주지 못하면 도태된다.
본인은 얼마나 잘하고 싶을까. 하지만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차민석은 지난 7일 KCC전에서 모처럼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차민석은 노마크 골밑슛을 놓치는 등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했다.
이날 차민석은 5개의 슛을 던져서 모두 놓쳤다. 특히 노마크 슛이 림을 빗겨나자 본인도 믿을 수 없다며 자책했다. 김효범 감독은 멘탈이 나간 차민석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고참 이정현이 “괜찮아”라고 위로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차민석은 벤치에 앉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1순위출신이라는 것이 본인에게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삼성은 61-78로 경기를 내줬다.
그간 프로농구에서 지도자들이 잘못한 선수를 바로 빼고 질책하는 경우가 많았다. 폭언과 폭행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김효범 감독은 차민석을 위로했다. 팬들은 ‘차라리 혼나는게 낫겠다’면서 짠하다는 반응이었다.
김효범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 선수를 크게 혼내면 트라우마가 평생 갈 수 있다. 난 선수에게 실수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는다. 민석이를 격려해줬더니 자기가 반성했다. 어린 친구가 덕분에 잘 극복했다. 민석이가 잘해줘서 소노를 이겼다”고 칭찬했다.
삼성은 13일 소노를 82-73으로 잡고 최하위서 탈출했다. 차민석이 11분을 뛰면서 4점, 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야투 1개와 자유투 2구를 쏴서 다 넣었다. 김효범 감독이 시킨 수비를 잘 수행했다. 작은 변화지만 의미가 컸다.
과거 프로농구에서 ‘카리스마’로 미화됐던 강압적인 리더십은 요즘 어린 선수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선수들도 자기가 납득할 수 있을 때 훈련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