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에도 진화를 했다. 매년, 그리고 분기 별로 성장 속도가 달라지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21)다. 그렇게 올해 확실한 레귤러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윤동희는 2024년, 가능성을 보인 유망주에서 확실한 주전 선수로 거듭났다. 141경기 타율 2할9푼3리(532타수 156안타) 14홈런 85타점 97득점 OPS .829의 성적을 기록했다. 센터라인의 한 축인 중견수 포지션을 책임지면서 공격에서도 핵심 역할을 다했다.
리그 전체 중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OPS를 마크했고 3.50의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스포츠투아이 기준)을 기록하며 두산 정수빈(3.38), 삼성 김지찬(3.14)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사실상의 데뷔 시즌에 보여준 가능성과 잠재력을 올해는 기록으로 확실하게 보여줬다.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발탁,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 이어 3번의 대표팀에 연달아 뽑히며 국가대표 단골손님까지 예약했다.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무엇이든 이루고 싶은 목표는 꼭 이뤄내고야 마는 근성은 윤동희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땀의 결실을 보상 받아가고 있는 최근 윤동희의 성적들이다. 올해는 3~4월 부진을 딛고 5월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개막 이후 4월까지 29경기 타율 2할3푼6리(106타수 25안타) 1홈런 9타점 19득점 OPS .663에 그쳤지만 5월에는 타율 3할6푼6리(105타수 34안타) 1홈런 9타점 23득점 OPS .896의 성적을 냈다. 리드오프 등 주로 테이블세터 자리에서 공격 첨병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럼에도 이 무렵, 윤동희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나아지는 성적에 비해 타구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5월 31일까지 트랙맨 데이터 기준, 윤동희의 평균 타구속도는 138.6km였다. 타구속도가 빨라야 땅볼 타구라도 내야진을 뚫고 외야로 나갈 확률이 높고, 공이 뜨면 외야수들 역시 타구를 쫓아가는 게 힘들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올해는 내 스윙을 하면서 타구에 더 힘을 싣고 싶다. 내 스윙을 하고 질 좋은 타구를 만들고 싶다”라는 목표를 다지기도 했다. 그러나 야심찬 목표와 비교했을 때 올해 5월까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타구 속도는 빠른 편이 아니었다.
윤동희는 고민했고 더 강하고 빠른,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즌 중에도 수정하고 보완했다. 강한 타구를 때려내기 위해 히팅 포인트를 더 앞에 두고, 더 강하게 때려내기 시작했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 측정한 윤동희의 2024시즌 평균 타구속도는 141.4km였다. 약 4개월의 기간 동안 평균 타구 속도를 3km가량 끌어 올렸다.
타구 속도 상승의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일단 히팅 포인트를 앞쪽으로 당기니 발사각도 상승했고 2루타 이상의 장타가 상승했다. 5월까지 윤동희의 장타율은 .412였다. 그러나 6월부터 시즌 종료 때까지 장타율은 .477로 6푼 넘게 상승했다. 전체 안타 가운데 장타 비율도 30.5%에서 36.1%로 늘어났다.
삼진이 늘어나기는 했다. 삼진 비율이 17%에서 19.5%로 늘었다. 그러나 볼넷도 9%에서 12.1%로 늘어났다. 양질의 타구를 때려내기 위해 역효과도 감수하려고 했는데, 덩달아 볼넷도 많이 얻어내면서 더 생산력 있는 타자가 됐다.
이 발전의 방향이 2025년에도 이어질 경우, 윤동희의 성적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2025년, 사직구장은 6m의 성담장이 사라진다. 담장 높이도 예전의 높이인 4.8m로 낮아진다. 더 많은 장타를 생산해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14홈런을 뛰어넘어 20홈런을 치는 우타 외야수로 거듭날 수 있다.
20홈런 치는 우타 외야수의 가치는 희귀하고 높을 수밖에 없다. 중견수를 보는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KBO리그에서 중견수로 분류된 우타 외야수 가운데 20홈런 이상을 쳤던 건 2017년 박건우(20홈런)가 마지막이었다. 윤동희가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2025년이다.
과연 윤동희는 2025년에 얼마나 더 커져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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