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우승에 그칠 생각이 없다. 통합 우승 2연패를 향한 의지를 확실하게 내비쳤다. 그리고 1년 뒤 겨울의 상황도 궁금해진다.
KIA는 왕조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19일 키움과의 트레이드로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 출신 조상우(30)를 영입했다. 2026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10순위), 4라운드(40순위) 지명권에 현금 10억원을 얹어서 키움에 건넸다.
올해 75경기 5승4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하며 통합 우승의 주역이었던 필승조 장현식이 4년 52억원에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장현식의 이탈 공백을 채우기 위한 행보다. 어쩌면 더 강한 투수를 데려와서 공백을 채우고 불펜진을 강화시켜 대권 수성의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조상우는 최근 10년 간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였다. 최근 김택연(두산) 박영현(KT) 김서현(한화) 등의 강한 공을 던지는 불펜 투수들이 떠오르고 있지만, 그 전에 ‘리그 대표 불펜 투수’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조상우였다. 2013년 넥센(현 키움)의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조상우는 통산 343경기 33승 25패 88세이브 54홀드 평균자책점 3.11의 성적을 남겼다.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12 대회,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등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누비기도 했다. 국가대표 필승조로서도 검증된 투수다.
올해는 어깨 염증으로 44경기 1패 6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한 뒤 8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 부상으로 석연치 않은 시즌 마무리가 있었지만 KIA는 검증된 투수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신인 지명권이라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당장 내년 대권 수성이라는 눈 앞의 목표를 위해 베팅했다.
사실 조상우의 반대급부인 신인 지명권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의 드래프트 순번은 가장 마지막이다. 1라운드에서도 특급 유망주 획득 기회가 적다. 무엇보다 2026 드래프트 대상자들과 비교를 해본 결과, 지명권 트레이드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권 수성을 위해서는 과감한 판단도 필요했다.
그러나 조상우는 1년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다. 리그 불펜 투수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여차하면 1년 만 쓰고 팀을 떠나는 ‘임대 선수’격이 될 수 있다. 물론 대권 수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면, 1년 임대도 충분히 가치 있었다는 평가가 내려질 것이고 또 조상우가 FA 이적을 한다고 하더라도 현금 트레이드로 건넨 10억원 이상의 보상금도 받아낼 수 있다. 그럼에도 팀 전력 유지를 위해서는 조상우를 붙잡고 싶을 터.
KIA는 2025시즌이 끝나고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경쟁균형세(샐러리캡) 상한까지 꽉 찼다. LG처럼 24억 2978만원이나 초과하지 않았지만 상한액 114억 2638만원에 불과 1억7738만원 차이다. 상한에 허덕였다. 그래도 2025년 샐러리캡은 기존 상한액에 20% 증액된 137억 1165만원으로 조정됐다. 일단 2025시즌 통합 우승 선수단의 연봉 규모 자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증액된 경쟁균형세 상한 덕에 무리 없이 버틸 수 있을 전망. 조상우의 올해 연봉은 3억4000만원이었다.하지만 2025시즌이 끝난 뒤가 걱정이다. 주축 자원들이 FA 자격을 취득한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29)와 주전 외야수 최원준(27)이 동시에 FA 자격을 얻는다. 리드오프이자 유격수로 나서고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박찬호의 현재 팀 내 지분이야 말할 것도 없다.
최원준도 포지션 정착에 애를 먹었지만 준수한 생산력을 과시하는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당장 두 선수를 백업하고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KIA는 두 선수의 FA 시즌을 맞이해야 한다. 여기에 또 다른 예비 FA 선수인 조상우까지 합류했다. 2025시즌은 증액된 경쟁균형세 상한으로 버틸 수 있다고 하더라도 2026시즌의 경우 가늠할 수 없다. 경쟁균형세 제도 자체를 두고 존폐를 논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경쟁균형세를 감안해서 구단 연봉 전략을 짜야한다. 조상우를 영입하게 한 장현식이 LG와 4년 52억원, 전액 보장 계약을 맺으며 시장가를 높여놓았고, 유격수 박찬호도 올해 한화와 4년 50억원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에 사인한 심우준을 기준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최원준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젊은 외야 자원이다.
KIA로서는 어쩌면 205시즌이 끝난 뒤가 더 걱정일 수 있다. 대권 수성이라는 목표는 그대로 두되, 그 다음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3명의 선수를 두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박찬호와 조상우 모두 A등급 FA가 유력한 상황이기에 이를 통한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KIA의 1년 뒤 겨울이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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