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주시하던 ‘FA 투수 최대어’ 코빈 번스(30)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택했다. 샌프란시스코가 더 큰 금액을 제시하고 세금 문제로 졌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알고 보니 계약 조건 자체가 애리조나에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가 번스에게 애리조나만큼 제안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번스는 애리조나와 6년 2억1000만 달러 조건에 계약 합의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2억 달러에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전날(28일) 번스의 애리조나행 소식을 전한 ‘USA투데이스포츠’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더 큰 금액을 제시했으나 번스는 세금 차이 때문에 애리조나를 택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는 소득세율이 높기로 소문난 샌프란시스코, 토론토보다 세금이 훨씬 적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가 번스와 접촉한 건 사실이지만 계약 조건은 지난달 단장 미팅 때 이뤄진 초기 논의 수준에 그쳤고, 결국 애리조나의 제안을 넘어서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자이언츠가 2억 달러 초과 금액을 지불할 수 있었다면 번스를 영입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세인트메리 대학에서 뛰었고, 오라클파크에서 던지는 걸 좋아했으며 서부 해안 팀에서 뛰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가까운 베이커스필드 출신인 번스에게 샌프란시스코는 고향팀이다.
그러나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투자 여력이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자이언츠의 내년 페이롤(팀 연봉 총액)은 올해 2억4900만 달러보다 훨씬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에 많은 자산이 묶여있는 구단 사정상 투자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전했다.
프랜차이즈 최고 포수 출신 버스터 포지 야구운영사장 체제로 프런트가 바뀐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FA 시장에서 ‘거포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를 7년 1억8200만 달러에 영입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액 계약으로 큰돈을 쓰며 추가 지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재정적 제약으로 번스 영입전에는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전임 파르한 자이디 사장 체제에서 단기 계약 전략으로 지출을 줄이던 샌프란시스코는 지난겨울부터 큰돈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포스팅으로 온 외야수 이정후를 예상보다 큰 6년 1억1300만 달러에 깜짝 영입한 뒤 투수 블레이크 스넬(2년 6200만 달러), 조던 힉스(4년 4400만 달러), 내야수 맷 채프먼(3년 5400만 달러), 외야수 호르헤 솔레어(3년 4200만 달러)와 FA 계약했다. 여기에 트레이드로 데려온 투수 로비 레이의 3년 7300만 달러 잔여 계약도 떠안았다. 9월에는 채프먼과 6년 1억5100만 달러에 연장 계약도 했다.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4위(80승82패 승률 .494)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이 좌절됐다. 자이디 사장이 해임되고, 포지 사장 체제에서 ‘FA 유격수 최대어’ 아다메스를 영입하며 대형 투자를 이어갔지만 번스까지 잡는 건 한계가 있었다.
번스가 하필이면 같은 NL 서부지구 애리조나로 간 것이 샌프란시스코로선 달갑지 않다. 이대로라면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리조나를 넘을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도 ‘최고의 선발투수를 영입하지 못한 자이언츠는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NL 서부지구에서 경쟁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페이롤을 줄이는 건 포스트시즌 진출과 거의 양립할 수 없는 일이다’며 추가 영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어급 선수 대부분이 거취를 결정한 가운데 FA 시장에는 일본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를 비롯해 잭 플래허티,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 등이 선발투수로 남아있다. 뉴욕 메츠에서 6시즌 통산 226홈런을 쳤으나 인기가 없는 ‘거포 1루수’ 피트 알론소도 샌프란시스코의 영입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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