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운명을 책임진 인물이 됐다. 이정후(27)의 2년차 시즌은 다시 증명의 시험대와 같다.
‘MLB.com’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올해는 무엇이든 증명해야 하는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선수 10명’을 꼽으면서 이정후의 이름을 언급했다.
매체는 ‘윌리 아다메스의 영입이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에 분명 도움을 줄 것이지만, 치열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소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정후의 성장과 활약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KBO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2024년 5월 13일, 담장에 충돌하면서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결장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정후의 기록을 더 언급했다. 매체는 ‘부상 전 이정후는 뛰어난 컨택 능력을 보여줬다. 헛스윙률 9.6%, 삼진율 8.2%를 기록했고 스윙 중 37.1%를 정확하게 맞췄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정후는 158차례 타석에 들어서서 단 6개의 장타(2홈런)에 OPS .641, 타율 2할6푼2리의 성적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하며 이정후의 부활이 필요한 시즌임을 재차 강조했다.
KBO리그를 지배하고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1666억원)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한 이정후. 거액을 받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만큼 기대도 컸다. 그러나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 불의의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5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1회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큼지막한 타구를 쫓아가다가 가운데 담장에 충돌한 뒤 쓰러졌다.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 간신히 일어섰다. 부상은 꽤 심각해 보였고 결국 왼쪽 어깨 탈구 및 구조적 손상이 발견되며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다. 데뷔 시즌 이정후는 37경기 타율 2할6푼2리(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15득점 2도루 OPS .641의 성적으로 조기에 마감했다.이정후가 맺은 계약 규모는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컸다. 지난해 계약 당시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버스터 포지(9년 1억6700만 달러), 자니 쿠에토(6년 1억3000만 달러), 맷 케인(6년 1억2750만 달러), 배리 지토(7년 1억26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5위에 해당했다. 아직 메이저리그 1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에게 샌프란시스코가 얼마나 큰 기대를 걸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기대는 이정후의 부상으로 한참 벗어났다. 샌프란시스코도 이정후를 비롯해 맷 채프먼, 블레이크 스넬(현 LA 다저스) 등을 대거 보강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80승82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올 겨울에도 샌프란시스코의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유격수 포지션 최대어로 꼽혔던 윌리 아다메스와 7년 1억8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유격수 포지션이 최대 고민이었던 샌프란시스코는 항간에 루머로 돌던 김하성 대신 장타력에서 확실한 아다메스에게 거액을 안겼다. 아다메스는 통산 880경기 타율 2할4푼1리 800안타 150홈런 472타점 OPS .766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 타율 2할5푼1리 32홈런 112타점 93득점 21도루 OPS .794로 거포 유격수의 위용을 보여줬다. 이정후를 훌쩍 넘어서 샌프란시스코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다시 한 번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아다메스의 영입과 활약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이미 지구 라이벌 구단들은 샌프란시스코보다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가뜩이나 열세의 전력인데 격차가 더 벌어지게 생겼다. 월드시리즈 우승팀 LA 다저스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로 활약한 블레이크 스넬과 5년 1억8200만 달러에 계약했고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블레이크 트레이넨 등을 잔류시켰고 김혜성까지 영입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사이영상 출신 우완 에이스 코빈 번스와 6년 2억1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아다메스 이후 눈독을 들인 FA이자 투수 최대어였지만 지구 라이벌에게 뺏겼다.
이정후가 타선의 공격 첨병으로 더 활약을 해줘야 하고 다시 증명을 해야 하는 이유다. ‘MLB.com’은 지난 5일에도 ‘새해 돌파구를 보내야 할 선수’로 이정후를 꼽으면서 ‘이정후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FA 선수였지만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으면서 불과 37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며 ‘이정후는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중견수와 리드오프로 돌아올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이정후가 특급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다이나믹한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정후의 부활과 활약을 기대하기도 했다.
‘팬그래프’의 예측프로그램 ‘스티머’에 따르면 올해 이정후는 타율 2할9푼4리(598타수 175안타) 14홈런 63타점 89득점 OPS .789의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지에서도 여전히 이정후가 건강하다면 정상급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과연 이정후는 모두의 기대감을 현실에서 증명해 내며, 샌프란시스코의 2025년 운명을 술술 풀리게 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이정후는 오는 13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2025시즌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