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송재림 비보에 오열..'폭락' 감독 "마지막 작품 되는 게 싫다" [인터뷰 종합]
OSEN 김채연 기자
발행 2025.01.13 13: 17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송재림의 유작 영화 ‘폭락’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현해리 감독이 그리움을 털어놨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폭락’ 현해리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폭락’은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드라마로, 국내에서만 28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자가 발생한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폭락’은 청년·여성·장애 가산점 등을 악용해 청년창업지원금을 부정 수급하고 고의 부도와 폐업을 전전하며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타락해가는 청년사업가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과정을 담아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청년 사업가의 연대기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의 이면과 낮엔 주식, 밤엔 코인 한탕주의에 중독된 청년들의 현실을 그려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배우 故 송재림의 유작으로, 송재림은 극중 자칭타칭 사업 천재 주인공 양도현 역을 맡아 MOMMY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개발하면서 돈의 강렬한 유혹 속으로 빠져드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적 변화를 그려냈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권도형을 모티브로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송재림이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있까. 현해리 감독은 ”외형적인 걸 비슷한 사람을 캐스팅할까 생각을 했다. 그래도 어쨌든 영화로 보여지는 타입으로는 예민하고 서늘한 느낌을 원했다. 원래 송재림 배우가 예능에서 보여준 느낌이 밝고 사랑스러움이었는데, ‘야차’도 그랬고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서 알수없는 얼굴, 좀 변한 모습이 있었다”고 외형적인 느낌에 먼저 시선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편스토랑’에서 주식이랑 이런걸 가계부를 썼다고 하시면서 금융에 대해 해박하고, 연예인 중에서도 세금을 잘 알려주는 좋은 형이라고 해서 흥미가 생겼다. 예상대로 굉장히 확신의 ESFJ로, 엄청나게 잘 디테일하게 금융에 해박했던 것 같고, 코인도 잘 알고 게시고. 보자마자 결정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해리 감독은 ‘폭락’ 촬영 현장 분위기에 대해 “정말 대화를 많이 했다. 일반적인 현장 대비해서 이번에 ‘폭락’ 스탭진이 전반적으로 영해요. 이번에 제작진이 전부 젊어서, 송재림 배우도 너무 영하니까 좋다고. 연극할때도 20명 같이 가서 보고, 안우연 배우 연극도 가고. 다른 영화 현장은 모르지만, 배우와 감독보다는 정말 친하게 지내서. 그게 마음에 많이 남는다. 항상 촬영 전날이나, 항상 보면서 ‘얘는 이렇게 말했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고 말했다.
그랬기에 송재림의 사망 소식이 더욱 믿기지 않았을 터. 송재림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영화 ‘폭락’은 故 송재림의 유작이 됐다.
앞서 현해리 감독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고 송재림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현해리 감독은 “사실 아직도 안믿긴다. 맨날 보는 얼굴이고 그래서, 아직도 안믿기고. 지금 영화가 송재림 배우와 보여진 모습이 사극도 그렇고 로맨틱코미디도 그렇고 다르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출연한 작품이고 그렇게 나오기도 하고, 이걸 보면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일부는 보긴 했다. 후시녹음을 하면서 봤고, 기대감을 표출해서 아쉽기도 하고”라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현 감독은 “송재림 배우가 20대에 예능을 많이했다면, 30대는 연기에 집중했다. 연기론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 그런 책도 선물로 주고받고, 안우연 배우랑은 너무 친해져서 서로 받은 대본을 바꿔가면서 연습하고 그랬다더라. 연기에 심각한 고민을 많이 했고, 이번 작품에도 편집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줘서 그래서 아쉽고. 그래서 오히려 저는 이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게 싫다.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이걸 보내도 되는건가 생각이 들정도로 아쉬웠다. 3시간에서 1시간 10분 정도 덜어내면서 이걸 덜어내는 게 아쉽고, 나중에 찍은 모든 걸 보여드릴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현 감독은 개봉 시기에 대해 “이게 원래는 시의성이 있어서, 솔직히 말하면 가사화폐 흐름과 송환 여부 시기를 보고 있었다. 사실 송환 결정, 취소 이게 10번 정도 번복이 됐다. 그러면 미국 대선도 암호화폐 등락에 좌지우지 되니까, 미국 대선 이후로 보내자. 그럼 폭등을 하거나, 폭락을 하거나 암호화폐 자체가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폭등해서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러니해서 놀랐고,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미국으로 갔더라. 이 사건이 재판도 시작을 안해서, 개봉시기는 잘 맞춘 것 같다. 아쉬운 건 배우가 같이 하지 못하는게 아쉽고, 작년에 했다면 같이 했을 수 있었는데”라고 故 송재림이 함께하지 못하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현해리 감독은 6일 진행된 ‘폭락’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루나 사태’의 피해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사실 피해자라고 하면 코인하는 분들이 욕하신다. 가상계좌를 트고, 플랫폼을 열면 모든 책임은 자기가 결정하는 거고 다 서약하고 투자하기 때문에”라면서도 “근데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는게, 많은 언론과 금융 당국, 미국 정부에서 루나 코인을 넥스트 자산 가치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서 알렸기 때문에 폰지성이 있는 사기 형태라고 예측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투자하고 제가 잃었지만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18~2021년 코인 투자를 열심히 해서, 루나 코인으로만 잃은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원래 금융에 관심이 많았냐는 물음에 현 감독은 “제 또래는 다 있는 것 같다. 다 코인했던 것 같고, 안하더라도 주식은 하고 있고. 안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관심없는 분들은 창작자, 그런 분들은 안하시는 것 같고. 그래서 저는 코인을 넣어서 잃었다는 현실보다도 대폭락 사태 일어나고 나서 사건의 당사자가 뻔뻔하게 ‘저 한국에 있다’고 하는데 사실 싱가폴에 있던 그런게 화가 나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남들 망하는 걸 보는 게 즐겁다’는 인터뷰, ‘일시적인거라 아무렇지도 않다’는 그런 게 충격이고 화났다. 그때 청부살인한다고 해서 집 찾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직장인 커뮤니티에 본인상이 엄청 올라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 사건은 ‘투자해놓고 피해자라고 그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사자가 된 사람이 이정도까지 언론플레이라던가 망언을 안했다면 이정도로 붐업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저는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해리 감독은 코인에 매달리는 세태를 영화에도 그대로 담아냈다. 그는 “이게 지금도 사실 가상화폐라는 게 높이 오르고 있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게 계엄났을 때도 비트코인만 안 떨어지더라. 이런 걸 보면 가상화폐에서 오는 ‘가상’이라는 말 자체가 정확히 우리가 가상의 가치를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는 재무재표가 있는데, 가상화폐는 투자하는 사람도 개념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좀 멍하다. 이게 의미가 있는 건가, 아니면 된다하니까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이끄는 그런 것인지 아직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 당시 사람들은 코인에 열광했을까. 현 감독은 “저도 모두가 하니까 해야된다고 느꼈다. 원래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되잖아요. 내가 오늘 50만원을 쓸 수 있으면 50만원을 써야하는데, 500만원을 어떻게든 만들어서 넣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런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현 감독은 “근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냐면, 실제로 돈을 번 누군가가 있는 거다. 돈 번 한 명이 있으니까. 아예 번 사람이 없으면 기대도 안하는데, ‘500만원을 넣으면 5천만원 되는 거 아니야? 나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아예 번 사람이 없으면 나도 기대를 안 하는데, 애매하게 번 누군가가 있다”면서 “코인을 하면 처음에 오르는 추세가 있다. 24시간 시장이 열리고, 등락폭이 크다. 사이드카가 없어서 확 오르면 더 오른다. 거기서 팔면, 아이러니하게 오른다. ‘팔았어? 바보. 나 더 벌었는데’하고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투자를 통해 현 감독이 느낀 점이 있을까, 그는 “자만하지 말자고 느꼈다. 저는 코인으로 잃기도 했지만, 벌기도 했다. 그래서 루나를 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리플이라는 걸 해서 잃었는데, 다른 걸 해서 벌었다. 한번 버니까, 이거 욕심 안내면 벌잖아. 굉장히 전략 자산이라고 느꼈고, 이걸 하면 뭘 하면 더 벌 수 있어 하면서 ‘영끌’을 했다. 한번 잘됐다고 계속 잘되는 게 아닌데, 나를 믿었던 것 같다. 남들이 우루루 맞다고 해야한다고 하는 것에 한번 더 ‘노’ 하는 사람이 됐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보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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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암/영화로운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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