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엉망이다.
토트넘은 2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레스터 시티와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 경기에 나선다. 분위기가 좋지 않던 토트넘은 유로파리그서 최소한의 만회를 해낸 상황이다.
앞서 24일 토트넘은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7차전에서 호펜하임에 3-2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토트넘은 승점 14(4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6위까지 점프했다. 상위 8팀까지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가능성도 커졌다.

중요한 순간 나와준 UEL 대회 4경기 만의 승리였다.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6경기 무승의 늪(1무 5패)에 빠졌던 최악의 분위기도 조금은 바꾸게 된 토트넘이다. 단 리그 경기에서는 6경기서 여전히 1무 6패로 부진하고 있다.
호펜하임전에서 손흥민은 2골을 넣으면서 팀에게 값진 승리를 안겼다. 손흥민은 전반 22분 역습 상황에서 매디슨이 전진한 뒤 질주하는 손흥민 앞으로 패스했다. 손흥민은 그대로 슈팅을 날렸고, 공은 몸을 날린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손흥민의 시즌 9호 골로 기록됐다.
1-2로 호펜하임이 따라 붙은 후반 32분 역습 기회에서 무어가 왼쪽의 손흥민에게 공을 건넸다. 손흥민은 수비를 앞에 두고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그는 멀티골을 터트린 뒤 2005년생 공격수 윌 랭크셔와 교체됐다.

호펜하임이 경기 막판 다시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 후반 43분 데이비드 모콰가 오른쪽에서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추격골을 넣었다.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토트넘은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면서 승점 3점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토트넘뿐만 아니라 손흥민에게도 의미가 큰 활약이었다. 그는 최근 지나친 비판에 시달렸다. 손흥민은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프리미어리그 19경기 6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다만 경기 영향력이나 마무리 면에서 예년 같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토트넘의 극심한 부진까지 겹치면서 주장 손흥민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 심지어 손흥민을 벤치로 내리라거나 그에게서 주장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SNS에서 한 팬은 "마이키 무어는 캡틴감이다. 지금 당장 그에게 완장을 줘라. 솔직히 손흥민보다 낫다"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다.
또 다른 팬은 "손흥민은 물러나야 한다. 감독은 그가 주장이기 때문에 그를 버리고 무어를 쓰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실제로 토트넘 팬들의 주장 손흥민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무례한 태도를 보이기도 해서 큰 충격을 줬다.

손흥민은 지난 19일 에버튼에 2-3으로 패한 뒤 분노한 팬들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손흥민은 굳은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연신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럼에도 토트넘 팬들은 홀로 남아 사과하는 손흥민에게 "X쟁이 머저리(WINKER)!"라는 욕설을 반복했다.
WINKER라는 말은 영국어로 굉장히 무례한 표현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매우 수위가 강한 욕이다. 영국 'BBC'에서는 영국의 속어 중에서 4번째로 심한 표현이라고 자제해야 된다고 평가할 정도로 굉장히 수위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표현을 패배를 사과하러 온 주장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 심지어 토트넘 현지 팬들은 무작정 감독들을 옹호하고 있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옹호하면서 레전드 손흥민에게 무식한 욕설을 내뱉은 것.
심지어 손흥민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다. 브렌트포드 감독이었던 마틴 앨런도 "손흥민은 토트넘의 환상적인 선수였으며 모든 팀의 팬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에너지와 속도가 예전 같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면 당연히 그를 판매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손흥민은 아마도 1000만 파운드(약 180억 원)에서 1500만 파운드(약 270억 원) 정도의 선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작 호펜하임전에서 손흥민은 멀티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그는 3-1로 달아나는 골을 넣은 뒤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는 '쉿'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야유를 퍼붓는 호펜하임 관중들을 향한 제스처였지만, 최근 쏟아졌던 비난을 잠재우는 제스처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시즌 9호, 10호 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또한 토트넘 통산 436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며 해리 케인을 제치고 구단 역사상 최다 출전 단독 10위로 올라섰다. 9위 지미 딤목(438경기), 8위 앨런 길전(439경기)과 격차도 적기에 충분히 순위를 더 끌어 올릴 수 있다.

완벽한 하루를 보낸 손흥민. 영국 'BBC'도 "손흥민은 2016-2017시즌 이후 각 시즌 10골 이상 득점한 유일한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됐다. 그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토트넘의 중요한 순간에는 믿음직한 선수다. 현재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유럽대항전 통산 26골을 기록 중이다. 오직 케인(36골)만이 더 많은 골을 넣었다"라고 짚었다.
호펜하임전 승리 후 포스테코글루는 “선수들이 잘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이었다. 좋은 기회에서 2골을 결정지었다. 후반전 상대를 골대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조금 피곤했고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했지만 쏘니의 리더십으로 세 번째 골을 넣어 이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제 토트넘의 추가 이상이 상당하다는 것. 호펜하임전 기준으로 토트넘은 10명의 선수가 부상이고 4명이 명단서 제외돼서 기용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가오는 리그 경기에서 로드리구 벤탄쿠르의 복귀가 가까워졌지만 솔랑케가 6주 이상 결장한다.

솔랑케마저 결장하면서 사실상 토트넘은 언제나 부진하던 히샤를리송을 기용하고나 손흥민을 원톱으로 기용해야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측면의 베르너나 존슨도 부진하기에 상대적으로 손흥민에게 더욱 부담만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오늘 밤에 경험 있는 사람들이 활약할 필요가 있었다. 10대 선수 5-6명이 운동장에 있었다. 어린 선수들을 칭찬할 만하다. 전력을 다했기에 오늘 밤을 즐겨야 한다”라면서 “플레이오프를 피해서 16강에 진출해 8강에서 끝내고 싶다"고 자화자찬했다.
여러모로 레스터전을 두고 손흥민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호펜하임전 완전 부활로 위기의 팀을 구해냈던 손흥민이 레스터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의 무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