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프리미어12에서 한국과 일본을 꺾고 우승하며 정점을 찍었던 대만야구대표팀이 3개월 만에 불명예 위기에 놓였다. 프리미어12 우승팀 최초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정하오쥐 감독이 이끄는 대만야구대표팀은 지난 21~2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6 WBC 예선 A조 조별리그에서 3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받았다.
대만을 비롯해 스페인, 니카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출전한 이번 A조 예선은 상위 2개 팀에 WBC 본선행 티켓이 주어진다.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으로 전력이 무르익은 대만이 안방에서 무난하게 조 1위로 본선 티켓 따낼 줄 알았다.
그러나 21일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5-12 완패를 당하면서 시작부터 꼬였다. 이어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전 9-1 승리로 분위기를 바꾸는가 싶었지만 23일 니카라과전도 0-6 완패를 당했다. 실책 2개로 수비가 무너지더니 타선도 11출루 무득점으로 잔루 10개를 남기며 극심한 결정력 부재를 드러냈다.
니카라과가 3전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WBC 본선행 티켓을 확정한 가운데 대만은 25일 2위 스페인(2승1패)과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만약 스페인에 또 지면 프리미어12 우승팀 최초로 WBC 본선 진출이 불발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프리미어12 우승에 너무 취해 있었는지 일부 선수의 안일한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만 투수 우유청(21)이 23일 니카라과전을 앞두고 스페인전을 돌아보며 “처음에는 직구만으로 타자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날 던지고 나서 상대한 타자들이 스페인이 아닌 마이너리그 더블A, 트리플A 선수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사전에 상대 선수 분석도 제대로 안 돼 있었던 것을 실토한 것이다. 그만큼 스페인을 안일하게 봤고,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2-4로 뒤진 5회 시작부터 구원등판한 우유청은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3안타 1볼넷 4실점으로 무너졌다. 대만은 5회 6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이어 우유청은 “스페인이 가장 잘하는 스포츠는 축구 아닌가”라는 문제의 발언을 했다. 가뜩이나 스페인전 패배의 원흉인데 상황에 맞지 않은 농담을 하면서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우유청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직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상대를 가볍게 생각한 게 아니라 나의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었다”고 해명했다.

스페인 축구 발언에 대해서도 우유청은 “인터뷰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자주 만나는 몇몇 기자들에게 스페인 축구가 더 강하다는 농담을 한 것이었다”며 “농담이라고 해도 그런 자리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었다. 앞으로는 말과 행동에 더욱 조심하겠다.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스페인은 ‘야구 불모지’ 유럽 국가이지만 이번 대표팀 선수 28명 중 본토 출신은 1명(투수 호르헤 발보바)에 불과하다. WBC는 다른 대회와 다르게 선수가 참가국을 정할 때 이중 국적부터 부모 국적까지 모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스페인 대표팀은 베네수엘라(10명), 도미니카공화국(9명), 쿠바(6명), 콜롬비아, 미국(이상 1명) 출신 선수들로 다양하게 이뤄졌다. 메이저리그 경력자도 4명(투수 리너 크루즈, 라몬 로소, 호세 캄포스, 외야수 엥헬 벨트레) 있다.
국가 이름만 스페인이지 사실상 중남미 대표팀 수준으로 대만이 쉽게 볼 수 없는 전력이다. 25일 타이페이돔에서 열리는 2~3위 단판 플레이오프에서 스페인에 설욕하면 그나마 최악은 면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지면 그야말로 대망신. 대만 안방에서 프리미어12 우승팀 최초로 WBC 예선 탈락이란 대참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 한다. 스페인이 이기면 2013년 이후 13년 만에 WBC 본선에 나간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