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에게 정말 화가 나더라. ‘승엽아, 진짜 적당히 하자’라는 생각이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이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롯데는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프로야구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3-1로 승리를 이끌었다.
3연패 수렁에 빠졌던 롯데다. 타선이 앞선 6경기 동안 10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타선 전체적인 페이스가 최악이었고 팀 홈런도 없었다. 누군가 물꼬를 틔워야 했던 상황.
답답한 흐름을 깨뜨린 선수가 바로 나승엽이다. 나승엽은 0-0으로 맞선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145km 패스트볼을 공략해 담장을 넘겼다. 팀의 시즌 첫 홈런.
비록 이어진 3회초 곧바로 1-1 동점을 허용했지만 롯데 타선은 이전과 달랐다. 1-1 동점이던 5회말 1사 1,3루에서 전준우의 적시 2루타와 김민성의 내야땅볼로 3-1로 리드를 잡았다. 이후 롯데는 불펜진이 2점의 리드를 틀어막으며 3연패를 탈출했다.
나승엽은 홈런 외에도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중간 2루타까지 터뜨리며 장타로만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승엽아, 진짜 적당히 하자”...스스로를 향한 분노가 첫 홈런으로, 롯데를 구했다 [오!쎈 부산]](https://file.osen.co.kr/article/2025/03/29/202503292005771184_67e7d4ce420fe_1024x.jpg)
나승엽은 “계속 타선 전체가 안 좋았는데 이 홈런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라면서 “요즘 타석에 들어서면 앞에 타구를 아예 생각안하려는 것 같다. 앞선 타구들을 잊고 하다 보니까 이제 조금씩 타이밍이 맞아가는 것 같다. 감독님도 더 좋아하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전과 다른 벅찬 감정이 솟아오르기도 했다. 평소 말수가 많지 않은 그는 “홈플레이트를 밟을 때 정말 소리지를 뻔 했다. 그런 성격은 아니라서 지르지 않았지만 정말 소리 지를만큼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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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타구를 바라본 나승엽은 타구가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을 안했다고 그만큼 자신의 타격과 타구에 믿음이 사라져 있었다. 그는 “사실 안 넘어갈 줄 알았다. 최근 워낙 페이스가 안 좋다 보니까 ‘잡히지만 말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넘어갔다.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안했다. 팀 타격 전체가가 다운돼 있다 보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전날(28일) 경기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나승엽은 좌중간으로 안타를 쳤다.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마지막 기회를 만들었다. 나승엽은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었다. 이 분노가 오기로 이어졌다. 그는 “어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설 때, 나 스스로에게 정말 화가 났다. ‘승엽아, 진짜 적당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는데 그때부터 타이밍이 잡혔다. 그 전이었으면 맥없이 물러났어야 했는데 오기가 생겼다. 이후 잘 풀린 것 같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는 “팀 전체적으로 타격이 많이 다운되어 있다 보니까 홈런도 넘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모두 잘 준비해주고 계신다. 감독님과 임훈 코치님, 이성곤 코치님이 매일 연구해서 오신다. 그래서 일부러 저희들 분위기도 많이 풀어주시려고 한다. 죄송한 마음도 갖고 있다. 그나마 빨리 풀려서 다행인 것 같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승엽아, 진짜 적당히 하자”...스스로를 향한 분노가 첫 홈런으로, 롯데를 구했다 [오!쎈 부산]](https://file.osen.co.kr/article/2025/03/29/202503292005771184_67e7d4cf88153_1024x.jpg)
나승엽의 홈런으로 롯데는 일단 3연패의 급한 불은 껐다. 그리고 타선 전체적으로 8안타를 쳤고 홈런 포함 장타도 4개가 나오면서 감을 찾아가는 듯 했다. 과연 나승엽의 홈런을 기폭제로 롯데는 다시 반등해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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