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이끌고 그라운드에 섰지만, 비판의 화살은 어김없이 김민재(29, 바이에른 뮌헨)를 향했다. 뱅상 콤파니(39) 감독은 그런 김민재를 끝까지 감쌌다.
바이에른 뮌헨은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인터 밀란과 2-2로 비겼다. 하지만 1차전에서 1-2로 패했던 뮌헨은 두 경기 합계 3-4로 밀리며 또다시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바이에른의 유럽 제패 도전은 2019-2020시즌 이후 5년 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좌절됐다.
이날 경기에서 김민재는 선발로 출전해 에릭 다이어와 함께 중앙 수비를 맡았다. 그러나 전반 28분 마르쿠스 튀랑을 막기 위해 백태클을 시도하다 경고를 받았고, 이는 상대에게 위협적인 프리킥 기회를 내주는 빌미가 됐다.

후반 16분에는 벵자민 파바르의 헤더 득점 장면에서 직접적인 경합 상황에 놓이며 수비에 실패했고, 이후 후반 20분 라파엘 게헤이루와 교체돼 일찍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 두 장면은 김민재에게 가장 치명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독일 언론의 혹평은 거셌다. '빌트'는 김민재에게 팀 내 최저점인 평점 6점을 부여하며 "경기력이 가장 낮았다"라고 평가했고, '키커'와 'RAN'도 각각 5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주며 집중력 부족과 공중볼 대응 실패를 지적했다. '스폭스'는 "파바르의 골을 허용한 장면은 김민재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장면"이라고 단언했다.
독일 언론은 선수를 평가할 때 1점~6점 사이의 점수를 매긴다. 1점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다. 5점, 6점은 사실상 낙제점이다.

김민재를 향한 일방적인 비판이 정당하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김민재는 지난 몇 개월간 아킬레스건염과 기관지염을 안고 강행군을 이어왔으며, 경기 이틀 전에도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세계선수협회(FIFPro)는 경기 직전 김민재를 '과부하 사례'로 지목하며, "시즌 초부터 부상을 안고 경기에 출전했고, 대표팀과 클럽을 오가며 시즌 종료까지 70경기 이상 뛸 수도 있는 유일한 선수"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김민재는 올 시즌 평균 경기 간격 3.7일이라는 극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문제는 바이에른의 상황도 그를 쉴 수 없게 만든다는 데 있다. 주전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 알폰소 데이비스, 이토 히로키 등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김민재는 사실상 유일한 '가용 카드'였다. 바이에른은 전반적인 세트피스 수비 집중력 저하, 측면 수비의 크로스 차단 실패, 미드필드의 압박 붕괴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나타났고, 김민재는 그 와중에 결정적인 장면에 자주 노출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기자가 "SSC 나폴리에서는 최고의 수비수였지만 바이에른에 와선 실망스럽다"라고 질문하자, 뱅상 콤파니 감독은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는 "모두가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김민재는 우리 팀의 우승에 반드시 기여할 선수이며, 우리는 그를 신뢰한다"라며 굳은 믿음을 보였다. 이어 "클럽 내부에서는 솔직하게 논의하지만, 공개적인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민재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해왔다. 그는 앞서 인터뷰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것보다 뛰는 게 낫다. 내가 파이터라는 걸 팀 동료들도 안다"라며 진통제를 맞아가며 경기에 나선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실점 장면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본인의 책임 여부와 별개로 팀 내부와 팬들 사이에서 신뢰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이에른은 결국 인터 밀란의 세트피스 집중력,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와 파바르의 결정력 앞에 무너졌고, 김민재는 혹사 끝에 체력 저하와 집중력 저하를 겪으며 부진의 중심에 섰다. 모든 걸 걸고 뛰는 그의 선택은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그를 둘러싼 혹사의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