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는 정철원이라는 핵심 필승조 외에도 정현수(24)와 송재영(23)이라는 좌완 불펜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모든 구단이 좌완 투수를 구하는 게 힘들다고 하지만 롯데는 좌완 갈증이 유독 심했던 구단이었다.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방출생 좌완 임준섭을 영입했고 LG 트윈스에 신인 지명권을 내주고 베테랑 진해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좌완 갈증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희망이라면 지난해 정현수와 송재영이라는 두 명의 좌완이 1군에 모습을 드러냈고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는 것. 2군에서 착실하게 준비해서 올라온 뒤 1군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정규시즌이 끝나고는 각자 구단의 플랜에 맞춰서 비시즌 준비를 했다. 정현수는 우완 파이어볼러 유망주 이민석과 함께 일본 자매구단인 지바 롯데 마린스의 1군 마무리캠프에 파견되어 연수를 받고 왔다. 송재영도 우완 유망주 박준우와 함께 일본 지바현 이치카와에 위치한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 랩’이라는 트레이닝 센터에서 3주 가량 훈련을 받고 돌아왔다.


하지만 현재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들의 역할에 부합하는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정현수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17경기 등판해 2홀드 평균자책점 2.70(10이닝 3자책점) 15탈삼진 7볼넷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8푼5리(27타수 5안타), 피OPS는 5할5푼5리에 불과하다. 올 시즌 좌타자 상대로 첫 18타자를 상대하며 볼넷 3개만 내줬을 뿐 15타수 무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송재영의 성적도 만만치 않다. 13경기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1.50(6이닝 1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최근 등판한 7경기에서 모두 실점이 없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자체는 정현수보다 낮다. 6푼7리(15타수 1안타)에 피OPS는 .289에 불과하다.


두 선수 모두 롯데 불펜에 없어서는 안될 자원으로 점점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좌완 불펜이 없을 때는 우완 투수로 좌타자를 잡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지난해 구원진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무려 3할1푼에 피OPS는 .825였다. 리그 불펜진에서 좌타자 상대 성적이 가장 나쁜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가장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현재 롯데 불펜진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3푼7리로 리그 3위, 피OPS는 .705로 5위다. 확실하게 나아졌고 이는 한 뼘 더 성장해서 돌아온 정현수와 송재영 덕분이다.
롯데 불펜에 좌승사자가 두 명이나 들어온 덕에 김태형 감독의 투수 운영도 숨통이 트였다. ‘좌우놀이’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에 걸맞는 성적이 따라오고 결과로 증명한다면 비판의 목소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롯데는 정현수와 송재영의 성장 덕에 오랜 좌완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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