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신인 박준현(키움)의 학폭 논란이 새국면을 맞이했다.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은 지난 8일, 천안교육지원청이 북일고 박준현에게 내린 ‘학폭 아님’ 처분을 ‘학폭 행위 인정’으로 뒤집었다. 박준현 학폭 피해자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광은 "이번 사건은 운동부(야구부)라는 특수한 환경 내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괴롭힘 사안을 행정심판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다퉈,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피해 학생의 억울함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광에 따르면, 박준현은 지난 2023년 2월경부터 같은 야구부 소속인 피해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심부름을 시키고 욕설하는 등 언어 폭력을 행사해 왔다. 부원들 사이에서 집단따돌림을 주도하는 등 괴롭힘의 수위가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하여 촉망받던 야구 유망주였던 피해자 정모 군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진단을 받는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출전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결과적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손해를 입게 됐다.

당초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학교폭력 아님’이라는 처분을 내렸으나, 피해자 측은 행정심판 청구를 통해 가해 행위의 지속성과 고의성, 가해 학생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피해 학생이 피해 사실을 쉽게 호소할 수 없었던 환경, 피해 학생이 입은 정신적·신체적 피해, 학교 야구부의 특성상 학교 야구부의 성적이 학생 개인의 프로 진출·진학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실력 있는 에이스 선수에게 감독·코치·학부모·야구부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가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적 사실 은폐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정황, 이러한 사정으로 피해 학생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부재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소명했다.

또한 이 사건 이후에도 피해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출전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향후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한 안타까운 상황 역시 함께 주장했다.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을 고려하여, "가해 학생이 2023년경, 피해 학생에게 '여미새'라고 말하고 'ㅂㅅ'이라는 DM을 보낸 점, 가해 학생의 부친이 피해 학생의 모친에게 '상처받은 00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점, 피해 학생이 학교 야구부의 집단따돌림을 당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증상을 겪는다는 취지의 진단을 받은 사실’을 종합하여 ‘조치 없음’의 원처분을 취소하고 가해 학생에게 ‘서면 사과’ 처분을 내리는 재결을 확정했다. 서면 사과는 학폭 조치 1호 처분에 해당한다.

피해자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광은 "이번 행정심판 재결은 폐쇄적인 운동부 문화 속에서 은폐되기 쉬운 폭력 행위에 대해 엄정한 판단을 내린 사례"라며, "이번 사건이 단순한 승소를 넘어, 학교 체육 현장에 만연한 학교폭력 사건에 관한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그뿐만 아니라 본 사건은 특히 야구부 학생들의 진로가 학교 야구부의 팀 성적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에이스 선수의 비행을 방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리고, 공정한 경쟁과 인권이 보장되는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광은 "이번 결과가 알려지자, 해당 야구부 내 다른 피해 학생들의 연락과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하면서 "향후 추가로 밝혀지는 피해 사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피해 학생들의 권리 구제와 2차 가해 방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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