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단 네 번밖에 패하지 않은 안세영(23, 삼성생명)이 드디어 시즌 마지막 무대에 선다. 목표는 단 하나, '11번째 우승'이다. 이미 여자 단식의 새 역사를 쓴 그는 HSBC BWF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또 하나의 장면을 만들 준비를 마쳤다.
이번 시즌 안세영의 행보는 비현실적이다. 말레이시아 오픈을 시작으로 인도·오를레앙·전영·인도네시아·일본·중국 마스터스·덴마크·프랑스·호주 오픈까지 10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자신이 세운 단일 시즌 최다승(9승)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웠고, 시즌 전적은 68승 4패, 승률 94.4%라는 '역대급' 수치를 찍었다.
중국 '소후'는 "린단·리총웨이조차 넘지 못한 벽을 안세영이 가볍게 허물었다"라고 평가했다. 남녀를 통틀어 단일 시즌 최상위권 승률은 90% 초반대였던 과거 흐름을 떠올리면, 안세영의 수치는 '세대 교체'를 넘어 '종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록이다.


이제 남은 건 월드투어 파이널. 올해 최고의 8명만 서는 마지막 무대다. 출전 선수는 왕즈이·한웨(중국), 야마구치 아카네·미야자키 도모카(일본), 폼파위 초추옹·랏차녹 인타논(태국), 푸트리 와르다니(인도네시아), 그리고 안세영이다.
여기서 정상에 오르면 남자 단식의 모모타 켄토(2019년·11승)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다만 이 무대는 안세영에게 의외로 '약속의 땅'은 아니었다. 2021년 우승 이후 세 번 연속 정상에서 멀어졌다. 2022년 조별리그 탈락, 2023년 타이쯔잉에 역전패, 지난해엔 왕즈이에게 준결승에서 막혔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시선은 단연 안세영에게 쏠렸다. BWF는 "단식 역대 최다 타이틀 기록을 향해 가는 선수"라며 가장 확실한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더욱이 천위페이(중국)의 불참은 큰 호재다. 국가당 최대 2명이라는 규정 탓에 왕즈이·한웨에게 밀려 컷오프로 탈락했다. 천위페이는 올해 안세영의 4패 중 2패를 안긴 유일한 '천적'이다.
대만 '타이 사운즈' 역시 "가장 위협적이던 선수가 빠진 이상, 안세영의 우승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라고 전망했다. 타이쯔잉의 은퇴까지 겹치며 우승 경쟁은 더욱 단순해졌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야마구치 아카네다. BWF가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유일한 ‘현실적 라이벌’이다. 야마구치는 올해 한국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을 잡아낸 바 있다. 이번 시즌 안세영에게 결승 패배를 안긴 유일한 선수다.
왕즈이도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 10회 결승, 3회 우승을 기록한 꾸준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지난해 파이널 준결승에서 안세영을 넘은 경험이 있다.

월드투어 파이널은 늘 그 해 최고의 흐름을 가진 선수들이 모여 '변수'가 많다. 하지만 지금 흐름과 구조를 보아도, 그리고 무엇보다 안세영이 쌓아 올린 압도적 퍼포먼스를 보아도, 이번 대회 역시 주인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