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은 얼마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이번 겨울, 야구계 관계자들이 관심을 모은 사안 중 하나는 바로 삼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원태인(25)의 비FA 다년계약 여부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가장 가치있는 선발 투수인 원태인을 두고 삼성이 비FA 다년계약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데, 가치를 얼마나 책정해야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원태인은 한 시즌도 쉬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보냈고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 특례까지 받았다. 2019년부터 FA 등록일수 145일을 여유있게 채우면서 오는 2026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게 된다.



통산 187경기(180선발) 1052⅓이닝 68승 50패 2홀드 평균자책점 3.77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두 자릿수 승리 시즌만 4차례를 기록했고 7시즌 중 데뷔 시즌인 2019년을 제외하고 6년 연속 규정이닝을 달성했다. 2019년 이후 토종 투수 최다승에 최다 이닝을 기록한 삼성의 에이스다.
삼성은 올해 오프시즌 ‘우승 청부사’로 최형우를 진심어린 설득으로 데려오면서 FA 시장에 충격을 준 삼성은 내부 FA였던 투수 김태훈(3+1년 20억원), 이승현(2년 6억원), 그리고 강민호(2년 20억원)까지 붙잡으면서 집토끼 단속에 모두 성공했다.
그러나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곧 FA가 되는 원태인을 삼성에 최대한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한 비FA 다년계약 과제를 새롭게 수행해야 한다.
고향팀 삼성에 대한 애정이 강하며 에이스의 책임감을 일찌감치 짊어지고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마운드에 올랐던 원태인이다. 에이스로 군림했던 값어치를 매기고 향후 삼성 마운드를 이끌어 갈 중심 선수로 가치를 다시 책정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삼성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무려 26세 시즌이 끝나고 FA 시장에 나오는 리그 최정상급 선발 투수에 대한 가치를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삼성의 고민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비FA 다년계약 기준으로 원태인과 비슷한 시점에 계약을 맺은 선수는 롯데 박세웅이 있다. 2023년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던 박세웅은 2022년, 27세 시즌이 끝나고 5년 총액 90억원 계약을 맺었다.
2023년이 끝나고는 NC 구창모가 6+1년 최대 132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당시 구창모는 뛰어난 잠재력과 기량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졌다. 규정이닝을 한 번도 소화하지 못했지만 거액의 계약을 맺었다. 당시 FA까지 2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맺어진 계약이기도 했다.
박세웅, 구창모가 보여준 퍼포먼스보다 원태인이 보여준 퍼포먼스가 월등하다. 구창모의 132억원은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150억원부터 시작일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예상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다만, 관건은 삼성의 경쟁균형세 초과 여부다. 올해 연봉 상위 40명의 총액은 132억700만원을 기록했다. 10개 구단 중 1위였다. 경쟁균형세 상한액(137억1165만원)과 5억 465만원 차이에 불과했다. 최형우를 데려오고 또 기존 선수들의 연봉 인상을 감안하면 경쟁균형세 상한을 초과할 수도 있다.하지만 올해 고액 연봉을 받았던 오승환(8억원), 박병호(3억8000만원) 등이 모두 은퇴하면서 공간이 생겼다. 아울러 예외 선수 제도 도입도 삼성과 원태인에게는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든다.
KBO는 올해 9월 이사회에서 예외 선수 제도 도입을 의결했다. 팬 충성도 제고를 위해 구단이 지정한 프랜차이즈 선수 1명의 연봉 일부를 경쟁균형세 총액 산정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매년 7시즌 이상 소속선수로 등록한 이력이 있는 선수 1명을 예외 선수로 지정할 수 있다. 경쟁균형세 총액 산정을 위한 구단 상위 40명 선수의 보수 총액 계산 시, 예외 선수 연봉(계약금 및 옵션 포함)의 50%가 제외되어 산출된다. 원태인은 이 조건에 충족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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