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넘버 원 피처!”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을 지나가던 에이스 케일럽 보쉴리(33)를 향해 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부르며 엄지를 치켜 들었다. 이 감독이 흐뭇할 수밖에 없는 현재 보쉴리의 활약상이다.
올해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에 KT 유니폼을 입은 보쉴리는 지난해까지 빅리그 통산 28경기(1선발) 49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5.80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무려 33라운드에 지명됐다. 지명순위에서 보듯 주목할 만한 유망주는 아니었다. 계약금도 불과 1000달러(147만 원)였다. 메이저리그 무대도 2023년, 30세의 나이에 겨우 빅리그 문턱을 넘어섰다.

KBO리그는 보쉴리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그리고 보쉴리는 KBO리그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현재 3경기 등판해 모두 승리를 챙겼다. 그런데 1실점도 하지 않았다. 3승 평균자책점 0(17이닝)이다. 볼넷은 5개에 불과하고 탈삼진도 17개를 뽑아냈다.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는 없다. 하지만 최고 시속 147~148km 수준의 투심과 정교한 커맨드, 여기에 스위퍼와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을 조합해서 KBO리그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현재 보쉴리의 위닝샷으로 꼽히는 체인지업과 스위퍼 모두 KT 입단 이후 습득해서 완성시켰다는 것. 좋은 손재주를 갖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처음에 봤을 때도 커맨드형 투수니까 많이 안 맞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여기 와서 체인지업과 스위퍼를 배워서 완전히 잘 써먹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 어떻게 두 구종이 보쉴리의 최고 구종들이 됐을까.
체인지업 탄생 비화의 중심에는 제춘모 투수코치가 있다. 이강철 감독은 “보쉴리의 체인지업은 갖고 있는 구종 중에 가장 약했다. 미국에서도 기록을 보니까 좌타자에게 피안타율이 너무 높았다”고 운을 뗐다. 빅리그 기록 기준으로 보쉴리는 우타자에게는 피안타율 2할4푼1리, 피OPS .628로 훌륭했다. 그런데 좌타자에게는 피안타율 3할7푼4리 피OPS 1.057에 달했다.

이어 그는 “캠프 때 체인지업을 보는데 너무 빨랐다. 속도를 줄여보자고 했는데 어디 그게 쉽게 되나”라면서도 “시범경기 끝날 때 쯤 보니까 체인지업을 잘 써먹고 있더라. 제춘모 코치가 그립을 바꿔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해 체인지업 평균 구속은 시속 85마일, 시속 137km 정도 됐다. 주무기 투심과 10km도 차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평균 133~134km 수준으로 낮췄다. 투심과 체인지업의 터널링 차이에 구속 차이까지 더해지면서 효과가 극대화 됐다. 이 덕에 지난 5일 좌타자 9명이 선발 라인업에 포진한 삼성을 상대로 6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런데 스위퍼까지 추가했다. 슬라이더와 커브, 커터는 던졌지만 스위퍼는 보쉴리의 구종 리스트에 없던 구종이었다. 그런데 KT에서는 스위퍼를, 그것도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던지는 스위퍼를 습득했다. 보쉴리와 오타니는 일면식도 없다. 하지만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오타니와 함께 있었던 동료 외국인 투수 맷 사우어의 도움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보쉴리는 또 슬라이더와 커터 모두 약한 투수였다. 그런데 사우어가 오타니와 다저스에서 같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사우어가 오타니에게서 보고 배운 스위퍼 그립을 보쉴리에게 가르쳐줬다. 정작 사우어는 그 그립으로 스위퍼를 못 던진다. 근데 그게 보쉴리는 되더라”고 웃었다.두 구종의 추가가 보쉴리를 완전히 다른 투수로 탈바꿈 시켰다. 이강철 감독은 “투심은 원래 가장 좋은 구종이었고 땅볼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결정구가 생긴 것이다. 삼성전 9명이 선발로 나섰을 때 체인지업이 잘 됐다. 그리고 두산전에서는 스위퍼까지 좋아지더라”며 웃었다.
보쉴리의 태도도 이강철 감독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절실한 선수다. 나이도 많지 않나. 야구를 오래하고 싶어한다. 너무 성실하고 항상 메모를 한다. 그리고 슬라이드 스텝도 컸는데 한 번 지적하니까 다 바꿨다. 너무 좋아졌다. 적응을 정말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기세가 이어진다면, 보쉴리는 지난해 리그를 평정한 코디 폰세와는 다른 유형으로 리그를 제압할 수 있다. 지금의 모습이 꾸준하게 이어지기를 이강철 감독은 너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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