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의 월드컵 4강 길에는 FIFA 랭킹 15위 이내 팀이 한 팀도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애로헤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스위스를 연장 끝에 3-1로 꺾었다. 디펜딩 챔피언은 두 대회 연속 우승까지 두 경기만 남겼다.
4강 진출 뒤 아르헨티나의 대진표가 다시 펼쳐졌다. 조별리그 세 경기부터 32강과 16강, 8강까지 만난 여섯 팀의 대회 전 FIFA 랭킹 평균은 38위였다. 가장 순위가 높았던 스위스도 19위였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 J조에서 28위 알제리를 3-0으로 꺾었다. 이어 24위 오스트리아를 2-0으로 눌렀고 63위 요르단을 3-1로 잡았다. 세 경기에서 8골을 넣고 한 골만 내주며 조 1위를 차지했다.
32강 상대는 67위 카보베르데였다. 숫자만 보면 가장 가벼운 상대였다. 경기 내용은 달랐다. 아르헨티나는 정규시간 안에 승부를 끝내지 못했고 연장까지 끌려간 뒤 3-2로 이겼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나선 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마지막까지 붙잡았다.

16강에서는 29위 이집트를 만났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34분까지 0-2로 뒤졌다. 탈락까지 10여 분을 남겨둔 상황에서 추격을 시작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첫 골을 넣었고 메시가 동점골을 보탰다. 추가시간 엔소 페르난데스가 세 번째 골을 터뜨려 3-2 역전승을 완성했다.
8강 상대 스위스는 19위였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에서 만난 가장 높은 순위의 팀이었다. 전반 10분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가 메시의 코너킥을 머리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다. 스위스는 후반 22분 단 은도예의 골로 균형을 맞췄다.
브릴 엠볼로의 퇴장 뒤에도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스위스는 10명으로 수비 간격을 좁히고 정규시간을 버텼다. 아르헨티나는 한 명이 더 많은 상태에서도 두 번째 골을 넣지 못했다.
연장 후반 7분 훌리안 알바레스가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세 번째 골을 넣었다. 최종 스코어는 3-1이었지만 아르헨티나가 수적 우세를 잡고도 승부를 끝내기까지 40분 넘게 걸렸다.
여섯 팀 가운데 FIFA 랭킹 15위 안에 든 팀은 없었다. 톱10은 물론 톱15도 피했다. 대회 1위권 우승 후보가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28위, 24위, 63위, 67위, 29위, 19위를 차례로 상대했다.
대진이 편했다고 경기까지 편했던 것은 아니다. 카보베르데전과 스위스전은 연장으로 넘어갔다. 이집트전에서는 두 골을 먼저 내주고 탈락 직전까지 밀렸다. 아르헨티나는 세 차례 토너먼트 경기에서 모두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넘었다.
카보베르데를 상대로는 체력전 끝에 연장 득점을 만들었다. 이집트전에서는 후반 막판 세 골을 몰아쳤다. 스위스전에서는 수적 우세를 잡고도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다가 알바레스의 중거리 슈팅으로 길을 열었다.

상대 순위가 낮다는 사실은 결과표를 설명하지만 경기 안의 땀까지 지워주지는 않는다. 메시와 동료들은 예상보다 긴 32강과 8강을 치렀다. 39세 메시는 연장까지 뛰어야 했고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체력 소모도 커졌다.
비슷한 길을 걸은 팀은 2002 한일 월드컵의 독일이었다. 당시 독일은 결승에 오르기 전까지 FIFA 톱10을 만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일랜드, 카메룬, 파라과이, 미국, 한국을 차례로 상대했고 결승에서 브라질을 만났다.
아르헨티나의 대진은 48개국 체제와도 맞물렸다. 32강이 새로 생기면서 우승까지 필요한 경기는 한 차례 늘었다. 조 1위를 차지한 강호가 비교적 순위가 낮은 팀을 연속해서 만날 가능성도 커졌다.
이제 숫자가 바뀐다. 아르헨티나는 16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와 월드컵 준결승을 치른다. 잉글랜드는 FIFA 랭킹 4위다.
주드 벨링엄은 노르웨이와의 8강에서 두 골을 넣었다. 해리 케인과 부카요 사카, 데클란 라이스도 버티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 처음 만나는 톱10 상대가 곧 결승 진출을 가를 팀이다.
평균 38위, 톱15 상대 0회라는 숫자는 캔자스시티까지의 길을 설명한다. 애틀랜타에서는 그간의 상대와 다른 잉글랜드를 만난다. 메시의 첫 정상급 시험대는 잉글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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