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내야수 외길 인생을 걸어온 강승호(32)는 왜 돌연 외야 글러브를 꺼내들었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원형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스타 휴식기 최종 훈련에서 후반기 코너 외야수 운영 플랜을 밝히면서 내야수 강승호의 외야수 변신 소식을 전했다.
전반기 막바지 김민석과 ‘트레이드 이적생’ 류승민이 등장한 두산은 외야수 다즈 카메론을 방출하고 김민석(좌익수)-정수빈(중견수)-류승민(우익수)의 토종 외야 라인업을 구축했다. 두산은 새 외국인타자로 1루수와 3루수가 가능한 내야수 유니오 세베리노를 영입했고, 비자 발급 절차를 마친 세베리노는 후반기 첫 경기인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루수로 데뷔전을 갖는다.

그런데 외야와 내야 모두 변수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카메론을 몰아낸 류승민이 카메론이 떠난 뒤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7월 8경기 타율 4푼5리(22타수 1안타) 침묵했다. 반면 내야에서는 강승호가 2군에서 방황 중인 양석환을 대신해 1루수를 맡아 7월 8경기 타율 4할2푼9리(28타수 12안타) 3홈런 1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세베리노가 새 주전 1루수로 낙점되며 강승호의 자리가 애매해진 상황. 사령탑은 타격감이 좋은 강승호를 살리기 위해 외야 전향 승부수를 띄웠다. 김원형 감독은 “강승호가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 때부터 외야수 연습을 시작했다”라며 “외야수 경험은 없지만, 박지훈처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선수도 멀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든 선수를 활용하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승호가 지금 타격감이면 어느 포지션이든 경기를 뛰어야 한다. 세베리노가 1루수로 뛰어야하기 때문에 강승호가 조금 힘들더라도 새로운 포지션을 시도해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또 세베리노가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 강승호가 다시 1루수를 하면 된다. 감독은 때로는 이렇게 과감한 기용을 해야할 때도 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잠실에서 만난 강승호는 “외야수는 처음 해본다. 초등학교 때 잠깐 해보고 중학교 이후로는 쭉 내야수만 했다”라며 “타격감이 좋은 상황에서 더그아웃에 앉아있는 거보다 그래도 어디든 나가서 감을 유지하면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게 나한테는 좋은 상황이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처음 밟는 외야라 당연히 어려움은 있다. 강승호는 “며칠째 외야수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어렵다”라고 멋쩍게 웃으며 “내야는 공이 머리 위로 뜨는데 외야는 앞쪽에서 날아오니까 판단이 어렵다. 내야 수비 습관이 남아있어서 내야에서 스타트하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여버리면 외야는 힘들다고 하더라. 공이 떴을 때 2초 정도 가만히 있다가 스타트를 해야하는 게 외야수라고 들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공이 뜨면 스타트가 바로 돼버려서 어렵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필이면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이다. 강승호는 “아무래도 경기장이 크다 보니 커버해야하는 지역이 넓긴 하다. 그래서 걱정은 되는데 먹고 살려면 해야 한다”라며 쌍둥이 아빠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강승호의 외야 수비 스승은 임재현 수비코치다. 외야에 정수빈, 조수행 등 수비의 달인들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될 터. 강승호는 “정신이 없어서 아직 외야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하진 않았다”라며 “임재현 코치님이 모바일 메신저로 김강민 선배님, 마이크 트라웃, 케빈 키어마이어 수비 영상을 많이 보내주신다. 좋은 공부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만일 외야수 데뷔전을 갖게 된다면 어떤 외야수가 되고 싶을까. 강승호는 “홈 보살 이런 건 생각도 안 하고 있다. 그냥 오는 공만 잘 잡고, 중계를 온 선수한테 잘 전달해주고 싶다. 다이빙캐치 이런 것도 너무 앞선 생각이다. 내 주변에 오는 공을 실수 없이 잘 처리하겠다”라며 “언제 어떤 상황에 나갈지 모르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잘하면서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해놓겠다”라고 현실적인 각오를 전했다.
강승호는 16일부터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 후반기 첫 4연전에서 외야수 데뷔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원형 감독은 “강승호가 4연전 가운데 하루는 우익수로 나갈 계획”이라며 “어떻게 하면 타격감이 좋은 강승호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강승호가 발도 빠른 편이고, 내야 팝플라이도 잘 잡는다. 수비코치와 상의해서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경험이 없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는데 내가 과감하게 결정해야하는 부분이다. 전문 외야수만큼 안정적이진 않겠지만, 경기에 내보내고 다시 판단을 하고 싶다”라고 신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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