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혁신위는 선거제도 개편, 이천수는 내부 인사 겨냥..."얼굴만 바뀌어선 의미 없다"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7.18 06: 43

K-축구혁신위원회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이천수는 변화의 범위를 협회 내부 조직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장 한 명을 교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행정과 정책 결정에 관여해온 인사들의 책임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K-축구혁신위원회는 지난 6일 공식 출범한 뒤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오는 20일엔 3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혁신위를 강제적인 권한을 가진 조직이 아닌 자문 기구로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산하에 설치된 조직이 아닌 만큼 인사를 직접 결정하거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관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6일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박지성 FIFA 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축구·체육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는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거버넌스 개선, 유소년 육성, 첨단 기술 도입 등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박지성 공동위원장, 이영표 해설위원이 참석하고 있다. 2026.07.06 /sunday@osen.co.kr

혁신위는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대한축구협회의 지배구조를 손보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두 번째 회의에서는 협회장 자리가 비었을 경우 60일 안에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한 현행 규정에 예외를 두는 방안이 다뤄졌다. 선거 준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선거인단의 범위도 기존보다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박지성 위원장은 "지난 협회장 선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축구팬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데 위원들이 뜻을 모았다”며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이고 지지할 수 있는 선거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천수 역시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했다.
다만 협회장을 뽑는 절차만 수정해서는 대한축구협회의 체질이 달라지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사진] 유튜브 '리춘수'
이천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감독도 물러났고 회장도 떠났다. 그렇다면 그들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가 겨냥한 대상은 외부에 이름이 알려진 축구인 출신 임원만이 아니었다.
축구계 인사들은 임기가 끝나면 협회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행정 실무진과 장기 근무자들은 회장과 임원이 교체된 뒤에도 조직에 남는다.
이천수는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더라도 기존의 업무 관행과 내부 권력 관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실질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실제로 행정을 맡고 정책을 만들면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람들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며 “정몽준 전 회장 시절부터 정몽규 전 회장 체제까지 계속 협회에서 일한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에 나섰던 사람들만 바뀌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 회장으로 와도 기존 조직을 바꾸지 못하면 개혁은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이천수는 혁신위가 협회 내 장기 재직자와 의사결정 체계를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협회 내부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고위급 인사가 자신의 판단으로 약 5명 정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름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이천수는 이들을 두고 "축구인들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협회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고 그 과정에 함께 있었던 인사들은 과감하게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홍명보 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책임의 중심에 섰지만 개인 한 명에게만 모든 문제를 돌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천수는 협회 규정과 절차를 설명하고 이사회 의결 과정 등을 실무적으로 설계하거나 조언한 인사들이 누구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는 이임생 전 이사보다 협회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 더 잘 알았을 것”이라며 “최종 판단을 내린 사람만 볼 것이 아니라 절차를 만들고 방향을 제시한 사람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천수가 요구하는 변화는 차기 협회장을 제대로 선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조직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면 선거 제도를 손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박지성 위원장은 혁신위가 대한축구협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비상대책기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진] 유튜브 '리춘수'
이천수는 제한된 권한 안에서라도 협회가 같은 논란을 반복한 이유와 내부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거인단을 확대하고 협회장 선출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일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오랫동안 굳어진 인사 구조와 실무진의 권한,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까지 점검하지 못한다면 혁신은 다시 수장 교체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이천수는 "누가 회장이 되느냐보다 조직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지성을 중심으로 한 혁신위가 선거 제도 개편을 통해 신뢰 회복의 첫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천수가 요구한 다음 과제는 협회 내부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사와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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