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논란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영상까지 섞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결승 한 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그라운드 밖에서는 사실과 조작물을 구분하는 또 다른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폭발한 경기는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16강전이었다. 이집트는 먼저 두 골을 넣고도 후반 13분 사이 세 골을 내주며 2-3으로 역전패했다. 이집트의 득점 취소와 페널티킥 판정을 둘러싼 불만이 쏟아졌고, 호삼 하산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리오넬 메시와 아르헨티나의 생존을 원했다는 취지로 강하게 항의했다.
여기까지는 월드컵마다 반복된 판정 시비에 가까웠다. 문제는 이후였다. 주심 프랑수아 르텍시에를 겨냥한 신상 공격이 이어졌고, 온라인 백과사전에는 그의 종교와 배경을 날조한 내용까지 올라왔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반유대주의 음모론과 결합하면서 한 경기의 판정 논란은 심판 개인을 향한 집단 공격으로 번졌다.


기술이 판정의 신뢰를 높이기는커녕 새로운 의심을 낳은 장면도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득점은 공 안에 설치된 센서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접촉을 잡아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규정과 장비상 판정 근거는 존재했지만, 중계 화면만 본 팬들이 납득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했다. 비디오 판독(VAR)이 결론을 내렸어도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 틈을 AI 조작물이 파고들었다. 영국 ‘가디언’은 18일(한국시간) 이번 대회와 관련해 실재하지 않은 사진과 영상이 빠르게 퍼졌다고 전했다. 독일 국기를 든 히틀러풍 인물, 크로아티아 유니폼을 입은 영국 총리, 분홍색 가방을 멘 이란 선수의 모습이 그럴듯한 사연과 함께 유통됐다. 실제 경기에서 나온 장면처럼 포장됐지만 모두 조작된 콘텐츠였다.
가장 위험한 사례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끈 로날드 쿠만 감독의 가짜 영상이었다. 모로코전 패배 뒤 쿠만 감독이 인종차별적인 말을 했다는 내용이 실제 기자회견처럼 제작됐다. 표정과 목소리까지 정교하게 합성되면서 원본을 확인하지 않은 이용자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 명의의 가짜 이메일도 등장했다. 협회가 부패한 판정의 수혜를 인정했다는 허위 문서였다.

피해는 해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짜 발언에 이름이 붙은 감독과 선수는 하지 않은 말까지 설명해야 한다. 심판의 국적과 종교를 조작한 게시물은 경기 후에도 검색 결과에 남는다. 축구계가 늦게 바로잡을수록 거짓 정보의 수명만 길어진다.
조작물은 판정에 불만을 가진 팬들이 이미 믿고 있던 이야기를 자극한다. 실제 오심 논란, 설명이 부족한 센서 판정, 전혀 존재하지 않은 발언이 한 화면 안에서 같은 무게로 소비된다. 반박이 나올 때쯤에는 영상과 캡처가 여러 언어로 번역돼 국경을 넘은 뒤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과 20일 오전 4시 미국 뉴저지에서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는 결승은 AI 조작 세력에도 가장 큰 무대다. 주심의 휘슬만큼 빠른 사실 확인이 필요해졌다. 이번 월드컵이 남긴 숙제는 정확한 판정만이 아니다. 진짜 장면을 가짜 이야기로부터 지켜내는 일도 축구의 일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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