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까지 잉글랜드의 후퇴를 물고 늘어졌다.
해리 케인을 포함한 전원이 자기 진영으로 내려간 장면은 백악관의 입에도 올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먼저 득점한 뒤 최고의 선수를 수비에 가담시킨 것이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도널드 트럼프를 증인으로 쓰는 것이냐”고 되물은 뒤 자신의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고 맞섰다.
잉글랜드는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1-2로 역전패했다.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이 모건 로저스의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다. 1966년 이후 60년 만의 결승 진출까지 남은 시간은 35분이었다.

투헬의 선택은 공격 유지가 아니라 봉쇄였다. 후반 27분 가장 위협적이던 고든을 빼고 중앙 수비수 에즈리 콘사를 넣었다. 후반 37분에는 리스 제임스와 데클란 라이스 대신 201cm 수비수 댄 번과 니코 오라일리를 투입했다. 수비 성향 선수 여섯 명이 동시에 그라운드에 남았고 케인까지 깊이 내려왔다.

아르헨티나는 기다렸다는 듯 박스 주변을 두드렸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의 헤더가 골대를 때렸고 후반 40분 엔소 페르난데스가 페널티지역 밖에서 오른발로 동점골을 감아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 2분에는 메시의 크로스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머리로 찍어 경기를 뒤집었다. 두 골 사이에는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트럼프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잉글랜드가 선두를 잡은 뒤 최고의 선수를 수비수로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축구 전술은 자신이 알 수 없다고 덧붙이면서도 공격적으로 나갔어야 했다는 판단은 감추지 않았다.
투헬은 18일(한국시간) 프랑스와의 3위전을 앞두고 비판에 답했다. 당시 아르헨티나가 크로스를 반복했고 중앙과 공중의 틈을 막기 위해 백5로 바꿨다는 설명이었다. 결과가 나쁘면 틀린 결정이라고 말하기 쉽지만 경기 중 압박 속에서 직감과 경험을 믿고 내린 선택까지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선수단의 정신력도 감쌌다. 케인이 수비에 내려온 것은 팀 전체가 10명, 11명으로 함께 블록을 세우라는 지시를 따른 장면이었다. 다만 선제골 뒤 잉글랜드가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변했고 깊은 수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문제는 인정했다.

케인의 평가는 더 차가웠다. 잉글랜드가 1-0 이후 경기를 끝내려 하기보다 점수만 붙잡으려 했고, 월드컵 준결승 수준에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교체로 공격 출구를 닫은 뒤 메시와 엔소에게 공을 다룰 공간을 내줬다는 지적이었다. 댄 번도 최종선이 지나치게 깊었다고 인정했다.
투헬은 패배를 교체 선수에게 돌리지 않았다. 아르헨티나가 계속 공중볼을 투입하자 높이와 숫자를 더한 책임은 감독에게 있었다. 결과는 엔소의 중거리포와 라우타로의 헤더였다. 막으려던 두 종류의 공격에 모두 골문이 열렸다.
투헬은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프랑스가 우승을 당연한 목표로 삼는 단계라면 잉글랜드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책임 공방에는 끼어들지 않겠지만 세 팀과의 간격을 줄이는 작업은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잉글랜드의 월드컵은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 프랑스와의 3위 결정전은 19일 오전 6시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시작한다. 승리하면 1966년 우승 이후 잉글랜드의 월드컵 최고 성적이다. 투헬에게는 ‘후회 없는 선택’이 말이 아니라 결과로 남을 마지막 9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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