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도 도움도 없었다. 그래도 2026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선수는 로드리였다.
로드리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받았다. 스페인은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연장 끝에 1-0으로 꺾고 16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득점표만 보면 낯선 선택이다. 로드리는 스페인이 치른 8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고 도움도 올리지 못했다. 8골 4도움의 리오넬 메시와 10골 4도움의 킬리안 음바페가 나란히 경쟁했지만 심사 결과는 로드리의 승리였다. 메시는 실버볼, 음바페는 브론즈볼을 받았다.

공격포인트 밖의 숫자는 압도적이었다. 로드리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했고 가장 긴 거리를 뛰었다. 공을 받은 횟수와 경기 관여도에서도 선두였다. 수비 앞에서 상대의 첫 공격을 끊고 곧바로 전진 패스를 넣는 동작이 스페인의 경기 속도를 정했다.

결승전은 로드리의 지배력을 압축한 경기였다. 그는 패스 105개 가운데 101개를 동료에게 정확히 보냈다. 성공률은 96%를 넘었다. 경합 승률 80%를 기록했고 두 차례 득점 기회도 만들었다. 아르헨티나는 로드리를 압박하지 못한 채 정규시간 90분 동안 슈팅 0개에 묶였다.
스페인은 8경기에서 단 한 골만 허용했다. 로드리가 센터백 앞을 비우지 않으면서 파우 쿠바르시를 비롯한 젊은 수비진의 부담도 줄었다. 볼을 빼앗긴 뒤에는 가장 먼저 길목을 막았고, 공을 되찾으면 짧고 정확한 패스로 상대 압박을 무너뜨렸다.
결승골은 연장 106분 페란 토레스가 넣었다. 그러나 토레스가 영웅이 될 때까지 스페인을 버티게 한 선수는 로드리였다. 엔소 페르난데스가 퇴장당한 뒤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수적 우위를 이용해 공을 돌렸고 아르헨티나가 스스로 무너지도록 몰아갔다.
로드리는 축구사의 좁은 문도 통과했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러피언컵 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발롱도르를 모두 차지한 남자 선수는 프란츠 베켄바워, 게르트 뮐러, 지네딘 지단에 이어 로드리까지 네 명뿐이다.

부상도 넘어섰다. 로드리는 2년 전 무릎 인대 중상을 당해 긴 재활을 견뎠다. 정상 복귀를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월드컵에서 가장 많이 뛰고 가장 많이 연결한 선수로 돌아왔다. 그는 시상식 뒤 정상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선수도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취지로 자신의 시간을 돌아봤다.
로드리의 골든볼은 월드컵 MVP가 반드시 골과 도움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답이었다. 결승전 패스 101회, 대회 8경기 1실점, 그리고 우승 트로피가 그의 공격포인트를 대신했다. 마지막에는 주장 완장을 찬 채 스페인의 두 번째 월드컵을 가장 먼저 들어 올렸다.
메시에게는 세 번째 골든볼을 막아선 결과이기도 했다. 메시는 2014년과 2022년 두 차례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이번에도 8골 4도움을 앞세워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결승전 슈팅 0개가 치명적이었다. 로드리는 득점 없이 메시의 기록 경신을 저지했다.
로드리는 이미 2024년 발롱도르를 받은 선수다. 화려한 드리블이나 많은 득점 대신 경기 전체를 움직이는 능력으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월드컵에서도 기준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을 오래 소유하는 스페인 축구는 로드리가 중심을 잡을 때 가장 안정적으로 굴러갔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이어 월드컵까지 제패했다. 유럽과 남미 대표팀을 통틀어 최다인 38경기 연속 무패도 이어갔다. 그 출발점에는 언제나 로드리의 첫 패스와 첫 수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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