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 패배로 무너진 아르헨티나의 밤이 돌과 병, 물대포로 얼룩졌다.
아르헨티나 팬 수천 명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이 끝난 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주변에 모였다. 대표팀의 준우승을 위로하고 선수들의 여정을 기리는 자리였지만 일부가 경찰을 공격하면서 도심 집회는 충돌 현장으로 바뀌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에서 열린 결승에서 스페인에 연장 0-1로 졌다. 연장 106분 페란 토레스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은 월드컵 2연패가 무산됐다.

경기 종료와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팬들은 아르헨티나 국기와 북, 대표팀 유니폼을 들고 7월 9일 대로로 향했다. 오벨리스크 외벽에는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치른 경기 장면이 비쳤다. 패배에도 박수와 노래로 선수들을 맞으려던 분위기가 먼저 형성됐다.
20일 오전 11시 30분(한국시간)을 넘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부 참가자가 오벨리스크 주변에 설치된 통제선을 넘었고 경찰을 향해 돌과 유리병을 던졌다. 경찰은 대열을 앞으로 밀어붙였고 물대포 차량을 투입해 군중을 흩어놓았다.

메트로버스 승강장과 도로까지 인파가 차면서 7월 9일 대로를 비롯한 중심 도로의 통행도 막혔다. 경찰은 오벨리스크를 둘러싼 울타리 안쪽을 지키다가 투척이 시작되자 진압에 나섰다. 응원 공간과 통제 구역의 경계가 무너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방송 ‘TN’은 현지 당국을 인용해 15명이 체포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경찰관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혼란 속에서 휴대전화와 개인 물품을 훔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현장에는 깨진 병과 행사 용품, 경찰이 사용한 장비의 흔적이 남았다.
충돌은 오벨리스크 한 지점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의 진압선이 여러 블록에 걸쳐 이동하면서 주요 도로가 통제됐다.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러 나온 가족과 일반 팬들은 물대포와 몸싸움을 피해 현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현장 정리가 시작된 뒤 도로에는 깨진 유리와 버려진 병, 응원 도구가 뒤섞였다. 축제의 상징인 하늘색과 흰색 깃발 사이로 경찰 방패와 물대포가 지나갔다. 준우승팀을 기다리던 광장은 20여 분의 충돌만으로 전혀 다른 모습이 됐다.
그라운드 안팎이 같은 날 동시에 폭발했다. 결승 종료 뒤에는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스페인의 에릭 가르시아와 가비에게 달려들면서 양 팀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징계·윤리 조사관을 선임해 파레데스와 여러 선수의 행동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패배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폭력으로 번졌다. 다만 돌과 병을 던진 일부와 대표팀을 격려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팬을 한데 묶을 수는 없다. 충돌 전까지 현장의 중심은 리오넬 메시와 선수단에 보내는 박수와 노래였다.
아르헨티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당시에도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수백만 인파가 몰려 선수단 버스가 이동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우승 퍼레이드가 아니라 준우승을 위로하는 모임이었고, 대표팀의 귀국 행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39세 메시가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을 마쳤다는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팬들의 감정은 더 거칠게 출렁였다. 그러나 선수단을 향한 작별 인사는 일부의 투척과 경찰 진압 장면에 가렸다. 스페인에 내준 한 골은 뉴저지에서 경기를 끝냈고, 그 충격은 수천㎞ 떨어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심야 도심까지 흔들었다.
/mcadoo@osen.co.kr